이번에 다녀온 곳은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은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하며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생태공원으로 복원한 월드컵경기장 일대 5대 공원 중 하나이다. 하늘공원에서 열리는 가을 억새축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문화축제로 알려져 있다. 억새축제는 매년 은빛 억새꽃이 만발하는 10월에 열리는데 특히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환상적이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소 한적한 시기에 하늘공원을 찾아보았다.

하늘공원으로 가는 입구는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서 하차해 1번출구로 나와 10분정도 이동하면 된다. 하늘공원의 억새밭을 걷기 전에 꼭 거쳐야 할 길이 있다. 그곳은 바로 메타세쿼이아길이다. 끝없이 펼쳐진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은 황홀함 그 자체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은 마치 천국으로 연결된 통로처럼 느껴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시인의 거리로도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마음을 청량하게 해주는 시들이 예쁜 글씨로 전시되어 있어 시를 읽으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이 곳을 벗어나기가 아쉬워 돌아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 한 번 더 걸어 본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다. 하루 종일 메타세쿼이아길만 걸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메타세쿼이아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메타세쿼이아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시인의 거리.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시인의 거리.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 하늘공원 억새밭으로 향한다. 억새밭으로 가려면 완만한 도로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과 하늘계단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하늘계단은 계단수가 400여개가 넘어 다리가 좀 뻐근할 수 있으니 계단 오르기가 힘겨운 분들은 도로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필자는 하늘계단으로 하늘공원 억새밭을 올랐다. 하늘계단 주변에는 아카시아꽃 가득했고 바람에 흩날린 아카시아꽃잎이 계단을 수놓고 있었다. 아카시아꽃 향기에 취해 하늘공원에 오르면 메타세쿼이아길과는 다른 새로운 낙원이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억새밭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들어온다. 이제 70~80cm 정도 자란 짙은 녹색의 억새풀이 공원을 뒤덮고 있다. 가을에 은빛 억새풀이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운치 있지만 봄에 파릇하게 얼굴을 내민 억새풀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억새밭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억새밭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억새밭을 가로질러 이곳저곳을 걸어 본다.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에는 어김없이 예쁜 조형물들이 꾸며져 있어 방문객들을 반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과거 쓰레기매립장이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자연의 힘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필자는 어린시절 성산동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다. 여름이면 쓰레기매립장에서 날아오는 분진과 악취로 매년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던 곳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으니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 것이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한강변 자유로를 사이에 두고 솟아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나지막한 자연적인 산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울창한 숲이 쓰레기더미 위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하늘공원내 야생화.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하늘공원내 야생화.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하늘공원 억새밭을 이리저리 거닐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한강변 풍경과 억새밭 너머 저 멀리 북한산 풍경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해가 지는 저녁 무렵 노을과 함께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하늘공원의 또다른 매력이다. 봄기운에 수줍게 얼굴을 내민 억새풀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잔잔한 파도가 되어 가슴 속으로 밀려온다.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억새밭의 푸르름이 짙은 여운으로 남아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봄날이지만 낮에는 5월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봄날 억새밭에서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한강변(위),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북한산(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한강변(위),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북한산(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하늘공원을 2시간 정도 구석구석 둘러보고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마포구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망원시장은 하늘공원 입구에서 걸어서 20분정도면 이동이 가능하다. 중간에 유명한 마포 농수산물시장이 있어 이곳을 둘러봐도 좋다. 수산시장은 노량진수산시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다. 여유롭게 수산시장을 구경하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도 있다. 농산물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가득하다. 마포 농수산물시장을 둘러보고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망원시장으로 다시 출발한다. 망원시장 지척에는 망원동월드컵시장도 있어 두 곳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망원시장은 먹거리가 많아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먹거리를 한가득 입에 물고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띈다. 한참 동안 시장 안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맛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망원시장과 망원동월드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망원시장과 망원동월드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하늘공원은 메타세쿼이아길의 황홀함과 푸르름이 가득한 억새밭에서의 싱그러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이다. 물론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미식여행은 덤이다. 여름철에는 따가운 햇볕 때문에 그늘이 많지 않은 하늘공원 억새밭 걷기가 부담스럽다. 더 더워지기 전에 고민하지 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해 하늘공원에서 화창한 봄날의 따스함을 마음껏 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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