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매봉산 '걷고 싶은 매봉길'이다. 매봉산은 산 아래에 돌이 많아 독구리산으로도 불리운다. '독구리', '독골'이라는 이름을 거쳐 오늘날 도곡동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도곡동은 강남에서 각광받는 지역이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는 도라지, 오이, 참외 등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매봉산은 높이가 95m 산을 한바퀴 도는 '걷고 싶은 매봉길'은 총거리가 2.5km로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매봉산은 일반인들에게는 산이라기 보다는 도곡근린공원으로 익숙해져 있다.

걷고 싶은 매봉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걷고 싶은 매봉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시원한 숲길을 만나 볼 수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너무 행복하다. 이번 매봉길 트레킹은 혼자가 아닌 지인분들과 함께 했다. 요즘 트레킹 코스를 답사할 때 함께 걷자고 하시는 지인분들이 늘어나 높아지는 인기(?)를 실감한다. 혼자 답사하며 느끼는 낭만도 좋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즐거움은 함께하는 답사의 또다른 매력이다.

걷고 싶은 매봉길은 기존의 산책로를 정비해서 데크길과 휴식공간, 야간조명시설까지 설치해 놓았다. 주간, 야간 언제든지 누구나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매봉역(3호선)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매봉길의 시작점인 도곡근린공원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매봉길에 들어서자 시원한 산바람과 새소리가 찾는 이들을 반긴다. 빌딩숲 속에 숨겨진 또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도곡근린공원 입구.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곡근린공원 입구.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길로 들어서 도곡약수터 방면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지인분들과 산내음을 음미하며 이런저런 세상사는 얘기들을 나누며 걷는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어느덧 약수터에 다다른다. 안타깝게도 약수터 물은 현재 식수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약수터 옆에는 청동기시대의 주거지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서 토기, 돌도끼, 돌칼 등 유물들이 다수 발견되어 현재 숭실대학교 부설 한국기독교박물관에 보관중이라고 한다.

약수터를 지나 걷다 보면 산자락에 위치한 원형광장을 마주하게 된다. 원형광장은 잔디광장과 체육시설 등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장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거나 맨발로 광장 둘레를 걷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

도곡약수터 전경(위), 원형광장 전경(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곡약수터 전경(위), 원형광장 전경(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길을 걷다 보면 마치 카페와 같은 분위기의 좋은 쉼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울창한 숲 속 한가운데에 위치한 쉼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의자에 기대어 몸을 젖히고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살포시 눈을 감아 본다. 새들의 지저귐과 산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한마리 새가 되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느낌이다.

매봉길 쉼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길 쉼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길은 중간중간 산 정산으로 향하는 샛길이 많다. 물론 정상 높이가 95m이기 때문에 어느 길로 가든 힘든 오르막은 없다. 어디로 가던 그저 편하게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원형광장을 지나 매봉산 정상으로 향한다.

매봉산 정상에는 눈길을 끄는 두개의 돌탑이 있다. 바로 매봉탑이다. 2개의 돌탑이라 형제탑이라 불리운다. 이 돌탑은 오래된 탑은 아니지만 매봉산의 상징이 되었다. 매봉산은 원래 돌이 많은 산이다. 주변에 흩어진 돌들을 모아 매봉조기회의 한 회원이 온갖 정성을 들여 탑을 쌓았고 20192개의 형제탑을 완성했다고 한다.

강남구에서 2022년에 매봉탑 주변을 중심으로 매봉정상조망대를 설치·조성했다. 지금은 매봉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 조망과 더불어 탑돌이를 하는 등 매봉탑은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매봉탑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탑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정상에서 잠깐 휴식 취하고 다시 숲길에 몸을 맡긴다. 새들의 속삭임과 산바람에 흩날리는 숲속 향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숲길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출발지였던 도곡근린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출발한지 1시간반정도 걸린 듯하다. 맑은 공기 때문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정화된 것 같다.

매봉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매봉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향기를 들이켜며 지인분들과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그런지 유난히 더 배가 고파온다. 트레킹을 하고 나서 향한 곳은 말죽거리 먹자골목이다. 인근에 전통시장은 따로 없지만 전통시장만큼이나 먹거리가 다양한 먹자골목으로 주린 배를 채우러 간다.

말죽거리는 '말죽거리잔혹사'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말죽거리는 서초구 양재동사거리 일대를 가리킨다. 이 거리는 조선시대에 양재역이 위치하여 여행자들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끊여 먹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조선시대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인해 피난 갈 때 배고픔을 못 이겨 말 위에서 죽을 마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말죽거리 먹자골목에는 예약 없이는 갈 수 없는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다행히 유명 맛집을 예약없이 입장해서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에 또다시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다.

말죽거리 먹자골목.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말죽거리 먹자골목.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기온이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였지만 시원한 산바람이 부는 숲길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도심속에서 최고의 호사를 누린 느낌이다. 이번 주말에는 건강도 챙기고 더위도 식힐 수 있는 '걷고 싶은 매봉길'을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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