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서초구에 위치한 서행길이다. 서초구의 행복해지는 길을 줄여 서초행복길이라고 하는데 이를 또 줄여 서행길이라 부른다. 서초구민의 '행복'과 '느리게 걷다'를 함축한 의미이다. 주민들이 산책길을 더 쉽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초구의 산책길 브랜드가 바로 서행길이다.
서행길을 걸으며 행복을 느껴보도록 하자. 서행길은 미도산~서리풀공원~몽마르뜨공원~서리풀공원~청권사쉼터까지 걷는 코스이다. 전체거리는 4.5km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고속버스터미널역(3호선, 7호선) 3번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면 미도산으로 이어지는 서행길의 출발점을 마주한다. 강남성모병원 뒤편에 있는 산이 바로 미도산이다. 미도산은 97m의 나지막한 산이다.
강남성모병원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에 이처럼 좋은 산책길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냥 병원 뒤에 있는 야산 정도로만 생각했다. 같이 동행했던 후배도 서초구에 4년을 넘게 살았었는데 서행길을 처음 걷는다고 한다. 아마도 그 때는 트레킹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40대였기 때문일테다. 지금은 50대 중반을 넘어서 둘레길 등 주변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을 구석구석 찾아다닌다.
시작부터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산을 오른다고 하니 긴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미도산은 나지막한 산으로 그저 완만한 언덕을 오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땀도 나지 않는다. 미도산을 오르면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곳이 정말 강남의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미도산이라는 이름은 미도아파트 뒤에 있는 야산으로 미도 뒷산으로 불리우다 이 이름이 굳어져 미도산이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미도산을 올라 이어지는 숲길은 고운 흙길이다.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보다 맨발도 걷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어느새 차소리는 사라지고 새소리가 귀가에 맴돈다. 고운 흙길을 따라 울창한 숲 속을 걷다 보면 특이한 모양의 멋진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의 이름은 바로 '누에다리'다.
누에다리는 2009년에 완공된 폭 3.5m, 길이 80m로 누에를 닮은 모양의 친환경다리이다. 조선 초 이곳에는 서민들에게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많이 심었고, 누에를 사육하는 잠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착안해 다리모양을 누에를 모티브로 해서 설계했다. 누에다리는 서래마을 몽마르드공원과 반포 서리풀공원을 이어주는 다리로 야경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누에다리를 건너면 몽마르뜨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몽마르뜨공원은 본래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으나 2000년에 공사를 시작해 새롭게 탄생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공원이 위치한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에서 이름을 따왔다. 몽마르뜨공원은 이제 서초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몽마르뜨공원은 봄에 꽃이 만발하면 더 낭만적인 공원이다. 잠시 몽마르뜨공원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공원 중앙에는 탁 트인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다. 마치 하늘 위를 수놓은 하늘공원과도 같다.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잔디광장을 에워싸고 있어 소나무 숲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몽마르뜨공원을 지나오면 다시 서리풀공원으로 이어지는 서리풀다리가 나온다. 서리풀공원의 서리풀은 '서초'의 우리말로 상서로운 풀이라 하여 벼를 뜻한다. 서초라는 이름에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함이 담겨있다.
다리를 건너면 데크로 이루어진 무장애숲길이 이어진다. 무장애숲길을 걸어 오르면 서리풀공원 전망대를 마주한다. 서초구 전경과 함께 소가 잠자는 모양의 산으로 알려진 우면산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서리풀공원을 지나 청권사 쉼터 방면으로 계속 걷는다. 청권사는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차남이자 4대 임금인 세종의 둘째 형인 효령대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청권사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되면 사찰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찰이 아니고 사당이다.
후배와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서행길의 끄트머리인 청권사 쉼터에 도착한다.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힌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달아올랐던 몸의 열기가 순식간에 달아나 버린다. 청권사 쉼터 주변은 더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운동시설 교체작업 및 데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청권사 쉼터에서 땀을 식히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방배역 방면으로 이동한다. 방배역 일대에는 소개할 만한 전통시장이 따로 없다. 하지만 방배역(3번출구 방면) 근처에는 맛집들이 즐비한 방배먹자골목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먹자골목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대기 손님이 길게 늘어선 맛집에서 막걸리 한잔에 다시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남자 둘이서 뭔 할 얘기가 이리도 많은 지 모르겠다.

서행길은 울창한 숲길과 예쁘게 꾸며 놓은 공원길이 잘 어우러진 정말로 멋진 산책길이다. 걷기 좋은 산책길을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자. 서울 시내에 걷기 좋은 길은 넘쳐날 정도로 많다. 오늘 처음 걸어 본 서행길은 다시 또 걷고 싶은 매력적인 숲길이다. 매일매일 걸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주말에도 비 소식이 잦다. 장마가 끝나면 1순위로 서행길을 걸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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