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곳은 수원화성 성곽길이다. 수원화성은 1997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시의 상징인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수원화성내에 있는 화성행궁은 여러 번 가본적인 있지만 성곽길을 걸어 본 것은 처음이다. 깔끔하게 잘 정비된 팔달산 숲길과 성곽길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기대 이상으로 걷기에 좋았다. 이번에 걸은 성곽길은 팔달문에서 시작해 팔달공원~서장대(팔달산 정상)~화서문~장안문~방화수류정~동장대~창용문~남수문을 거쳐 다시 팔달문으로 회기하는 코스이다. 

팔달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팔달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원역(1호선, 수인분당선)에서 하차후 9번출구로 나와 버스로 환승해 10분정도 이동하면 팔달문에 도착한다. 팔달문에서 출발해 팔달문으로 회귀하는 수원화성 성곽길은 양방향 원하는 곳으로 돌면 된다. 필자는 시계방향으로 돌기위해 팔달산으로 향한다.

팔달산은 높이가 128m로 수원시 중심에 있는 시의 주산이다. 옛 이름은 탑모양의 산이라 하여 탑산이라 불렸고 지금의 이름은 조선 태조 때부터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 산은 수원의 혈처(氣가 응집된 곳)에 해당된다고 한다. 시내 중심에 있고 산 전체가 아름다워 1974년 팔달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화성은 서장대, 서노대, 서포루, 화양루 등이 있는데 원형이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어 걷는 내내 고풍스러움을 더해준다. 또한 팔달산 성 외곽을 따라 걸을 수 있게 숲길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성곽 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 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팔달산 정상인 서장대에 오르면 낮은 산이지만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탁 트여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서장대까지는 성곽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성 외곽을 따라 조성된 숲길로 걸을 수도 있다. 필자는 팔달산 성 외곽을 따라 조성된 숲길 걷기를 추천한다. 팔달산 정상인 서장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성곽을 따라 걸으면 된다. 성곽길은 여름에 걷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 걸으면 더 없이 좋은 길인 만큼 꽃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하는 4월과 5월이 제일 걷기 좋을 때이다. 지금은 개나리가 만개하고 벚꽃들도 꽃망울을 본격적으로 터트리고 있어 눈호강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필자는 낮시간대에 성곽길을 걸었지만 야간 조명과 어우러진 해질 무렵 성곽길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고 하니 저녁 성곽길 걷기도 추천한다.

성곽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길을 걷는 내내 탁 트인 풍경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성곽길 주변으로는 조경이 아름답게 잘 되어 있다. 특히 성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길게 뻗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잘 보존된 성곽길을 걸으며 곳곳에 있는 유적지들도 꼼꼼히 살펴본다. 성곽과 어우러진 멋진 경치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이곳저곳 풍경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성곽과 소나무.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성곽과 소나무.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원의 읍치(지방의 고을행정중심지)는 원래 화산(108m) 아래였다. 하지만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배봉산(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수원 최대의 명당인 화산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면서 수원의 읍치가 수원 팔달산 아래로 옮겨지면서 관청과 민가들을 이전할 목적으로 축성된 것이 바로 수원화성이다. 새로 지은 성의 이름은 본래 읍치가 있던 화산에서 유래하여 화성으로 정했다고 한다. 수원화성은 정조의 효심이 축성의 근본이 되었다. 축성의 동기가 군사적인 목적보다는 '효' 사상이라는 동양의 철학을 담고 있어 문화적 가치 이외에 정신적, 철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수원화성의 둘레는 5,744m로 축성시의 성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축성공사는 2년 9개월만에 완공되었고 당시 조선의 모든 기술과 역량이 총 집결된 공사였다. 시설의 기능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건축사적인 의의도 매우 큰 동양 성곽의 백미이기도 하다. 축성 이후 수차례의 자연재해와 한국전쟁으로 수원화성 일부가 심하게 파괴되기도 했다. 하지만 축성 당시 그림과 글로 설계도와 내용을 철저하게 남겨 놓은 화성성역의궤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소실된 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 원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는 원본 그대로의 건축물만 등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잘 보존된 기록물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이례적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역사공부와 함께 수원화성 성곽길 곳곳에 있는 유적들을 둘러보고 주변 풍광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화서문, 장안문, 방화수류정, 동장대, 창용문을 지나 성곽길의 끄트머리인 남수문을 다다른다. 성곽길은 팔달문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경우 처음에 팔달산의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순탄하게 걷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역방향으로 걷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성곽길 완주는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걸으면 2시간반 정도면 충분하다.

서장대, 화서대, 장안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서장대, 화서대, 장안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방화수류정, 동장대, 창용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방화수류정, 동장대, 창용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남수문을 지나오면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친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수원을 대표하는 전통시장들이 한 곳에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수원남문시장, 팔달문시장,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이 천변을 따라 마주보며 옹기종기 몰려 있다. 이곳 시장들은 5일장이 아니라 상설시장이다. 필자는 전통시장만 오면 신이 난다.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맛집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특히 전통시장을 다니면 느끼는 정겨운 사람사는 냄새가 너무 좋다. 지동시장에는 유명한 순대곱창골목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통닭거리도 있다. 전통시장 나들이는 수원화성 성곽길 걷기의 대미를 맛있게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예쁜 꽃들로 곱게 단장하는 1년중 가장 아름답다는 4월. 꽃이 지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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