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걷기 좋은 둘레길이 이렇게 많았나? 그동안 너무 익숙한 곳만 반복해서 다녔던 것 같다. 요즘은 트레킹 하기 좋은 곳을 검색해보고 찾아다니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배봉산둘레길이다. 배봉산은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108m의 나지막한 산이다.

사도세자의 묘소가 수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배봉산에 있었다고 한다. 배봉산의 유래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향해 절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과, 산의 형상이 도성을 향해 절을 하는 형세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높이가 워낙 낮다 보니 정상에 오르더라도 등산이 아니라 가볍게 산책을 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배봉산둘레길은 산자락을 한바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데크로 잘 정비해 놓은 무장애길이다. 총길이는 4.5km로 1~1시간반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배봉산 정상인 해맞이광장은 서울의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배봉산은 공원조성을 위한 사전발굴조사에서 고구려 유적인 보루가 발굴되어 서울시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배봉산둘레길을 가려면 청량리역(1호선, 수인분당선)에서 하차 후 3번출구로 나와 배봉산공원 입구까지 15분정도 걸으면 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트레킹을 하기 위함이라면 이정도의 수고는 감수해도 된다. 공원입구에서 데크로 깔끔하게 정비된 둘레길로 들어서 순방향인 오른쪽방향으로 걸어 본다. 데크길 중간중간에는 벚꽃쉼터, 단풍나무쉼터 등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배봉산둘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배봉산둘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배봉산둘레길은 두가지 방법으로 걸을 수 있다. 우선 배봉산을 한바퀴 돌아 둘레길을 완주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데크길을 절반정도 걷고 숲길을 따라 정상인 해맞이광장에 오르는 방법이다.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108m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정상으로 가는 숲길은 계단 없이 야자수매트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필자는 데크길과 숲길을 걷는 후자를 추천한다. 물론 체력이 된다면 데크길을 다 완주하고 정상에 올라도 된다.

해맞이광장으로 가는 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해맞이광장으로 가는 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데크길을 반바퀴 걸으면 정상인 해맞이광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해맞이광장을 향해 숲길을 오르면 된다. 오르는 과정도 둘레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오르기 편하다. 배봉산 정상은 여느 산의 정상과는 다르다. 정상에 다다르면 넓은 동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제주도의 오름과 같은 느낌이다. 높이를 나타내는 표시석이 있는 산정상이 아니라 시야가 탁 트인 넓은 언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해맞이광장에서 멋진 경치를 마음껏 즐겨 본다. 해맞이광장에서 바라보는 풍광의 묘미는 남다르다. 언덕 위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먼산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일출의 명소 답게 높은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멀게는 북한산, 남산, 인왕산이 가까이는 용마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배봉산 해맞이광장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배봉산 해맞이광장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배봉산은 데크길과 숲길 이외에도 황토길이 350m 조성되어 있다. 황토길을 걷기위해서라도 정상인 해맞이광장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맨발로 황토길을 걷는 분들도 많다. 요즘은 자락길, 숲길, 둘레길에 황토길을 조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배봉산 황토길은 지금까지 봐왔던 황토길과는 다르게 자연친화적이다. 인위적이지 않게 숲길의 모습을 잘 살려면서 편하게 걸을 수 있게 조성되었다. 필자도 맨발로 걷고 싶었지만 해맞이광장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황토길 걷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서둘러 정상을 향해 올랐다. 

황토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황토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정상에서 더 여유롭게 쉬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해 다시 청량리역으로 향한다. 배봉산 인근에는 전통시장인 전농로터리시장이 있다. 시장은 크지 않지만 곱창골목 등 먹거리들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먹거리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청량리전통시장(청과물도매시장, 건어물시장, 수산시장), 경동시장 등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요즘 핫 하다고 하는 경동시장 청년몰도 가보고 시장내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면 둘레길을 걸은 만큼 걸을 수도 있다. 배봉산둘레길도 걷고 시장둘레길도 걷는 셈이다. 그만큼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난다. 시간을 절약하려 한다면 배봉산공원 입구에서 버스로 이동해서라도 청량리시장과 경동시장은 꼭 둘러봐야 한다. 

이곳 시장에는 싸고 맛있는 유명한 맛집들이 넘쳐난다. 꼭꼭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 떠나는 미식여행의 재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직접 다녀 보며 맛을 확인해 보면 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유명한 맛집들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점심시간대에는 사람들로 북적여 1인 식사가 준비되지 않는 곳이 많다.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집들은 넘쳐 난다.

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필자에게도 생소했던 배봉산둘레길은 걷기에 너무 좋은 인상적인 길이었다. 둘레길의 편안함과 숲길의 아늑함, 그리고 정상에서의 멋진 풍광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시간이 하락된다면 지금 당장 가방을 둘러 메고 집을 나서 보자.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