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서 집계하는 IPO주관실적 집계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증권가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해도 일부 대어 상장에 참여한 주관사 실적이 중복집계 되면서 실제 실적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DS단석의 IPO 수요예측 흥행으로 NH투자증권이 올해 IPO주관 실적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조3641억원의 공모총액을 기록하면서 1조2870억원을 모집한 미래에셋증권을 앞선다.
그러나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의 실적 집계 방식에 의문을 품고 있다. 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서는 특정 IPO에 대해 대표 및 공동주관이나 인수비율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상장주선인들에게 동일한 주관실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기준을 적용할 경우 IPO 딜을 실질적으로 리드한 대표주관사와 딜을 보조한 공동주관사가 동일한 실적에 반영되면서 주관사의 역량이나 실제 역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의 경우 총 모집액은 4192억원이었는데, 실제 인수비율은 미래에셋증권이 2847억원으로 67.9%, NH투자증권은 1220억원으로 29.1%를 차지한다. 그러나 거래소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의 공모실적이 동일하게 4192억원이 반영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코프로머티의 대표주관을 맡았고, NH투자증권은 공동주관회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자격과 인수금액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총 공모금액이 두 회사에 동일하게 반영된 셈이다.
DS단석의 경우 KB증권과 NH투자증권 모두 공동대표주관회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KB증권은 793억원을 인수하며 총 모집액의 65%, NH투자증권은 427억원으로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거래소 집계 방식으로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모두 동일한 1220억원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건의 IPO 모집총액이 공동주관사들에게 모두 중복 집계될 경우, 거래소에서 집계한 총 공모금이 실제 시장 내 공모규모보다 '뻥튀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올해 두산로보틱스 상장의 경우 총 모집액은 4212억원이었다. 이 중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264억원을 인수했고,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딧스위스증권이 각각 421억원을 인수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공동주관사들의 실적에도 4212억원을 모두 반영했다.
그 결과, 실제 올해 시장내 전체 공모금액은 4조944억원이지만, 거래소 기준 전체 공모금액은 5조774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DS단석 통계가 적용되면 2440억원이 추가되면서 약 6조까지 부풀려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표주관사와 공동주관사의 실적 반영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공동대표주관사로 KB증권과 모간스탠리가 선정됐고,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씨티그룹이 공동주관사로 선정됐으나 실제 실적에 반영된 건 KB증권과 모간스탠리 뿐이다. LG엔솔의 총 모집액은 13조에 가까웠으나, KB증권은 이 중 2조8050억원, 모간스탠리는 2조4225억원만 인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전문매체에서 집계하는 리그테이블이 주관사 역할과 인수 규모 등을 보정하기 때문에 대개 증권사들이 거래소 테이블 대신 이런 리그테이블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IB 전문매체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IPO 실적은 18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9535억원으로 1위, NH투자증권이 6027억원으로 2위, 한국투자증권이 5643억원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거래소 기준과 차이가 크다.
거래소의 집계방식은 예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2021년에도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어들이 IPO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들 IPO에 공동대표 및 공동주관사들이 뛰어들면서 실적 총액이 부풀려졌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이전상장, 재상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집계방식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거래소도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나,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당연히 개선은 해야 된다"라면서도 "엮여있는 게 많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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