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자 장사' 비판을 듣는 은행이 바싹 엎드렸다. 올해만 여러 차례 상생 방안을 내놨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큰둥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이 예정된 만큼 국민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을 위한 상생 금융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오는 1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상생 금융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한다.
은행권 상생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은행 돈 잔치로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4대 은행은 일제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대출 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에 은행 이자이익까지 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대출 이자를 내는 게 '은행 종노릇 같다'고 하더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즉각 금융권은 주말도 반납하고 상생 금융안 마련에 골몰했다.
이어 하나은행은 가장 먼저 1000억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30만명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105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우리금융, BNK금융, DGB대구은행 등이 상생 금융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다만 이들을 비롯해 KB금융과 NH농협지주는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우리금융도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등 계열사 임직원이 전통시장에 나가 소상공인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으나 상생 방안 관련 구체적인 일정은 물음표 상태다.
그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C레벨'(CEO·CFO·CTO·COO 등 최고 결정권자) 임원진 임금 삭감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여러 차례 상생 금융 실천에 나섰어도 정부와 금융당국 입김이 세지면서 가장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임금 삭감 외에는 입맛에 맞을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한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나 금리 인하처럼 이자이익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확한 방안을 언급하는 게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국민 고통 분담을 언급하는 걸 보면 금융당국 쪽에서 고려하고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만남 이후 상생 금융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 민심도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한쪽에서는 이번 상생안 제출 요구를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고금리 반발 심리를 잠재워 민심을 얻는 게 목적이란 비판도 나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 방안을 내놓지 않은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큰 금액을 선뜻 내놓을 수도 없고 먼저 내놓은 곳을 좋게 봐주지도 않으니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차라리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는 게 가장 편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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