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지금 우리는 변화하고 있습니까?”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 던진 메시지다.

디지털의 발달로 인해 금융권도 디지털뱅크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만 급급한 게 아닌지 의문과 반성의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세월, 우리는 숱한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며 해마다 성장의 역사를 써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눈부신 성과로 말미암아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해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 D2C, NFT,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갔다.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김정태 회장은 과거에도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을 매년 강조해왔다.

2017년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할 때도 김 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 우리 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예견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래 금융산업의 모습은 어떠할까요?”라고 반문하며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10년 후 글로벌 금융회사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등장한다. 빌 게이츠가 선언한 것처럼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금융산업의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2018년 신년사에도 김정태 회장은 “디지털을 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형 금융회사는 핀테크 업체들과 경쟁으로 인해 각각의 금융서비스로 쪼개어지는 언번들링(Unbundling)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전통적 금융기관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는 서로 경쟁과 협업을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참여형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시장 변화도 예고했다.

김정태 회장의 경계심이 높아진 시기는 2019년부터다. 이전까진 미래 금융산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면 이때부터는 디지털 세계로 전환하는 사회에 뒤처질 수 있다는 다그침이 느껴진다.

김정태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예견된 위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였는가”라며 “당연함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은행이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우리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코닥과 노키아와 같은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20년 신년사에선 스타벅스를 예로 들며 모든 가치관을 바꾸는 ‘리셋’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회장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회사마저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며 “이제 스타벅스는 더 이상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니라 규제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업권의 경계를 현격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처럼 5년 전부터 시장 변화를 예고했지만, 금융권의 위상을 지키진 못했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위 내에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카카오뱅크가 시총 26조원으로 11위에 머무르고 있는 게 금융회사 중 최고 위치다.

이 때문에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가진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두 회사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다소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온 만큼 이제 후임자를 선택할 시기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로 규정해 놓고 있다. 현재 김정태 회장은 1952년생으로 2월이 지나면 만 70세에 도달한다.

따라서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현재 상황을 임직원들이 직시할 수 있도록 쓴소리를 남겨 놓음으로써 후배들의 분발을 기도한 마음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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