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2022년, 새해부터 금융지주 회장의 도전정신이 뜨겁다.

이전까지 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는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말들로 채워졌지만, 올해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빅테크의 금융시장 침투로 인해 대마불사란 고정관념이 깨질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대마불사 헛된 꿈…금융권 시총 1위 탈환 목표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상장한 빅테크의 성장세를 보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가진 종합금융그룹은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1/5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며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올해 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쟁과 협력으로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도 김정태 회장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 회장은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재창업의 의지로 맞설 필요가 있단 메시지를 전했다.

조용병 회장은 “금융을 둘러싼 환경, 경계가 허물어진 경쟁, 관행으로 굳어진 과거를 돌파하고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자”며 “고객 중심과 금융보국의 창업 정신 위에 혁신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문화를 쌓아 대전환의 여정을 완성하자”고 독려했다.


디지털 통해 금융 한계 넘는다…은행·비은행 협력 강화


빅테크의 혁신에 맞서 금융지주는 모든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반격에 나선다.

특히 오프라인과 연계한 고객 경험과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통신, 자동차, 부동산 등 3대 비금융플랫폼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윤종규 회장은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 앱으로 자리를 잡고 계열사의 앱들과 상호 연계와 보완을 강화하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민영화 깃발을 올린 우리금융도 디지털 플랫폼 가동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손태승 회장은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하되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모든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빅테크를 이길 재료로 오프라인 채널을 꼽았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을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뜻을 밝혔다.

김정태 회장은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바탕으로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빅테크의 진출이 어려운 기업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서비스와 그룹이 가진 자본을 바탕으로 미래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제 금융도 ‘K 열풍’ 주도할 때…글로벌 입지 높인다


국내에선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는 가운데 해외에선 글로벌 파고를 넘어 시장 개척에 고삐를 당긴다.

임인년, 해외 공략은 농협금융지주가 가장 활발하다. 농협금융은 올해 홍콩, 북경 지점 개점 준비와 함께 호주 시드니, 베트남 시드니, 인도 노이다 지점 개설도 진행한다.

손병환 회장은 “글로벌 기 진출국에서는 사업모델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 주고, 신규 점포는 개점 초기 사업 안정화에 힘써 달라”며 “글로벌 인력확보를 위해 업무역량과 의사소통역량을 겸비한 글로벌 전문가 양성에 전 계열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농협금융만의 글로벌 특화 사업모델 성공사례를 발굴, 육성하고 공동진출 국가 내 계열사 간 시너지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B금융도 인도네시아 부코핀과 캄보디아 프라삭 등 해외 인수사에 대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동남아 시장 지속 성장과 선진시장 진출 모색 등 ‘투 트랙’ 전략을 가속할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글로벌 내 ESG 선도 입지를 더욱 다진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그룹의 ESG 슬로건을 정립했다”며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글로벌 기업과 소통을 넓히고 아시아 금융사 최초로 탄소중립 계획을 밝힌 것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제 따뜻한 금융의 보폭을 넓혀 금융의 본업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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