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격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원 직급단계를 축소하고, 직원의 직급별 체류기간도 폐지한 인사제도 개편에 이어 사장단 인사에서는 대표이사 3인을 전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외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을 향한 변화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보고 있다.
사장단 인사로 쓰리톱에서 투톱으로 바꾼 이재용, 세명 대표이사 모두 교체
삼성전자는 7일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부 세명 대표이사 체제에서 두명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반도체(DS), 가전(CE), 모바일(IM)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문을 DS와 세트 2개로 통합했다. 고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과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 결과 김기남 DS부문장 겸 CEO,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등 3개 부문의 대표이사가 전원 교체됐다.
뿐만 아니다. DS부문의 김기남 부회장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전관예우를 다하는 한편,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과거의 전례와는 달리 부회장 예우 없이 물러나게 했다.
이 부회장의 파격행보는 인사제도 개편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했고, 동료평가제도 도입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에 대해 삼성전자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과거 체류기간을 체우면 자동 승진했었지만 체류기간 폐지로 연차만 채운다고 승진할 수 없게 됐다. 동료평가제에 도입 관련해서도 일부 직원들의 부정적 평가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한 것은 더 이상 과거의 인사제도로는 미래를 도모할 수 없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이 깔렸다.
이재용 부회장 "변화 의지 어느 때보다 강해"...추가적인 혁신안 계속 나올 듯
이같은 사장단 교체와 인사제도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깊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지배적이다. 당초 3인대표 유임 분위기가 형성됐었지만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이후 급격히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미국 출장에 올라 24일 복귀할 때까지 9박 11일의 일정 동안 정·재계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16일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을 만나 최근 진행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조와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는 뉴저지주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며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워싱턴으로 이동한 이 부회장은 18일, 19일 양일간 워싱턴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하며 반도체 신규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미국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에는 '글로벌 IT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로 이동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고, 아마존을 방문했다. 21일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연구소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론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화의 필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22일에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나 시스템반도체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숨가쁜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까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산업지도가 재편되는 시기를 맞아 주요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시험에 나서는 것을 보고 강한 위기의식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인사제도 혁신과 사장단 인사를 통한 대표이사 모두 교체 카드였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하는 뉴 삼성을 위한 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미전실로 불렸던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미전실이 해체됐지만 삼성이라는 거대한 그룹의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삼성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대로 커졌다. 단적인 예가 M&A로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였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사내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인사제도 개편을 강행하고, 대표이사 3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 부회장이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라는 판단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전실과는 다른 형태로 컨트롤 타워 조직이 만드는 것 등 앞으로 계속해서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삼성의 혁신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중동으로 출장을 떠나 9일 복귀예정이다. 미국 출장에 이어 조직 개편·인사 쇄신, 중동 출장까지 광폭행보다. 5세대 통신(5G)과 인프라 관련 건설 수주, 현지 왕족 네트워크 강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나올 이 부회장의 다음 혁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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