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에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협조를 요청했다. 마스크, 백신에 이어 요소수까지 나라가 직면한 위기상황마다 삼성이 제 역할을 해내며 대한민국 문제해결사로 우뚝 서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요소 수급 관련 긴급회의에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참석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세계 43개국 74개 해외 거점에 기반을 두고 화학·철강·에너지·소재·생활산업 분야에서 트레이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요소수 확보 및 요소 수입처 다변화에 힘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요소수 확보를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삼성물산이 민간기업 대표로 참여하기로 했다. 요소수 공급부족으로 물류대란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삼성에 SOS를 친 것이다.
정부가 삼성에 긴급대응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가 터진 이후 무려 세번째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 53톤(5300만 장)을 국내로 들여왔다. 전세계가 자국 마스크 및 원자재 수출에 민감한 상황임을 감안해 삼성전자,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나온 성과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부터 33개국 113개 부직포 제조업체를 조사, 국내 규격에 맞는 제품 3종을 발굴했지만 정부가 수입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난관에 부딪혔다.
산업부가 삼성에 협력을 요청했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원료 구입을 대행해 정부에 넘겼다. 이렇게 확보한 부직포가 52톤, 최대 2500만개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삼성은 마스크 제조사로 삼성전자 직원들을 보내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생산량을 늘려주는데도 앞장섰다. 이 역시 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해 3월 말 경 전국이 마스크 대란으로 들끓자 삼성전자는 마스크 제조사인 화진산업으로 제조, 설비 전문가들을 보내 생산공정 컨설팅을 해줬다. 화진산업의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8만개에서 12만개로 뛰었고, 설비가동 효율도 50%에서 90%로 높아졌다. 마스크 제조업체 E&W와 에버그린, 레스텍에도 30여명의 삼성전자 제조·설비 전문가를 파견했다. 30여명의 삼성전자 전문가들이 꼬박 열흘 동안 이들 업체에 상주하면서 세 업체의 마스크 하루 생산량은 71만개에서 108만개로 늘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화이자와의 협상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조기 도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요소수 관련 삼성에 요청했어도 역할 '제한적'...정부 도움없는데도 도움주는 삼성
그리고 이번엔 요소수 대란 해결에 삼성이 나서달라고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것이다.
요소수는 경유차(디젤차)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액체로, 석탄에서 추출한 요소를 원료로 만든다. 정제수 67.5%에 요소 32.5%를 섞어 만들며, 일단 재료만 있으면 하루 안에라도 공급할 수 있는 촉매제다.
요소수가 중요한 이유는 대다수 경유차인 화물차를 굴리는 데 요소구가 반드시 필요한데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전국이 요소수 대란에 휩싸였다. 한국은 올해 1~9월 산업용 요소의 97%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 한국 디젤 화물차의 60%인 약 200만대는 요소수 없이 운행할 수 없는 차량으로 알려졌다. 화물차가 운행을 중지하면 물류대란으로 연결되고 산업현장이 마비된다.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물류를 비롯한 건설, 철강, 정유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마비를 포함한 일상의 피해도 예상된다.국내 물가 오름세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요소수의 남은 재고량이 한달치로 추정되는데 지금껏 추가 공급이 계획된 물량은 10여일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삼성에 또 다시 긴급요청을 하게됐다.
정부가 삼성에 SOS를 쳤어도 이번 요소수 관련해 삼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경우 1970년대부터 각종 비료 수출영업을 해왔지만 요소수 관련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는 처지다.
국민들 사이에선 삼성이 나라가 힘들 때마다 나타나 한국을 구해주는 흑기사이자 문제 해결사라고 칭찬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정부에서 여러번 삼성이 힘을 보탰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감옥에 갔다오고 지금도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삼성의 글로벌 채널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큰데 나라에서 도움을 주기는 커녕 고통만 주고 있는데도 도와줘야 하는게 삼성의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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