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안이 드디어 발표됐다. 재계는 지속된 인사적체로 인한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사제도라고 공감을 표시하는 분위기지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직급 통합하고 직급연한 폐지...절대평가 도입하고 동료평가 도입
29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방향을 마련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안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우선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하여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Fast-Track을 구현하기로 했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여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현행 직급 단계에선 CL(커리어레벨) 1~4단계로 일정 기간을 채워야 다음 단계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개편안에선 이런 기한이 사라진다.
직원 승격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했다. CL 4단계가 2단계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존 단계는 유지하되 기한을 없애는 쪽으로 우회했다. 30대 임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하기로 했다. 추가로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여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를 신규 도입하여 차세대 글로벌 리더 후보군을 양성할 계획이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키로 했다. 단,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한다.
또한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며,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여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와 터전을 마련하며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갈까?" 고민 깊어지는 재계
이번 인사제도 개편의 핵심은 임원직급을 통합하고 직급연한을 폐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성과를 낸 젊은 직원들을 빠르게 승진시켜 '젊은 삼성'을 만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일반적인 대기업들은 고도성장기 베이비붐 세대에 대거 채용했던 직원들이 나이가 들어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밖에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채마저 폐지하면서 많은 회사가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건비는 갈수록 커지고, 승진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이에 삼성전자도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도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말 많았던 동료평가 제도도 도입하긴 하지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서술형을 도입하는 등 나름의 장치를 마련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제도 변화에 재계는 공감을 표시하면서 자사에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해야 할지 고민이 늘어난 분위기다. 특히 동료평가의 경우 직원들 반발이 클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이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이번 개편 역시 재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조직이 노쇄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시도하면 다른 업체들이 따라간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재계에 상당한 파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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