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조직문화 혁신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혁신 발표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속도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사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옥.(사진=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금호석화·CJ그룹·롯데그룹 등 조직문화 혁신방안 줄줄이 발표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새해벽두부터 대대적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성과 창출에 방해되는 요소들은 과감히 없애고, 임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 혁신 방안을 신년사 대신 내보냈다. 

권영수 부회장은 ▲핵심에 집중하는 보고·회의 문화 ▲성과에 집중하는 자율근무 문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수평 문화 ▲감사와 칭찬이 넘치는 긍정 문화 ▲임직원의 건강 및 심리를 관리하는 즐거운 직장 활동 ▲이웃 나눔 문화 등을 주제로 총 6가지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구성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 직급·직책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한 ‘수평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임직원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완전 Flextime 제도(탄력근무제)’도 전면 도입한다.

올해부터 불필요한 대면 보고 및 회의를 최소화하고 ‘서면 보고’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월 1회 임원 및 팀장 없는 날도 운영키로 했다. 임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명상 및 요가,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힐링·문화 프로그램도 활용하는 한편, 격려와 배려, 칭찬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금호석유화학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제도들을 도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30일 △All Day 자율복장 △PC-OFF △장기휴가 등 3가지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All Day 자율복장 제도는 기존에 목·금요일 주 2회 운영하던 자율복장제도를 지난 10월부터 All Day 자율복장제도로 전면 확대 시행한 제도다. 그룹 임직원들은 'TPO(Time, Place, Occasion)'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복장을 선택함으로써 회사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PC-OFF 제도는 퇴근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PC가 종료되는 방식이다.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탄력근무제를 적용해 다른 근무일의 업무시간에서 초과근무를 수행한 시간만큼 차감하도록 시스템이 정비돼 있다. PC-OFF 제도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임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장기휴가 사용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장기휴가제도는 임직원들에게 하계휴가 5일과 함께 개인별 연차를 5일 추가로 붙여 사용하도록 장려해 주말 포함 총 14일 이상의 휴무를 보장한다.

CJ그룹도 파격적인 조직개편으로 조직문화 혁신에 나섰다. CJ그룹은 내년부터 사장부터 상무대우까지 6개로 나눠져 있었던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CJ그룹은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방침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임원 직급 단일화를 인재육성 시스템 개선의 선도조치로 시행하고, 이후 일반직원들의 직급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

롯데그룹도 내년부터 상무보A와 상무보B를 ‘상무보’로 통합해 임원 직급체계를 단순화할 예정이다. 또한 각각 부장과 차장에 해당하는 수석 S1, 수석 S2 직급을 ‘수석’으로 통합, 기존 사원-대리-책임-수석 S1-수석 S2 등 5단계 직급에서 4단계로 직원 직급체계를 축소한다.


삼성전자의 대대적 인사제도 개편 따라가는 재계...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재계에 인사제도 혁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재계 리더인 삼성전자의 대대적 인사제도 개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30일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직급 연한 폐지 △상위 10% 외 절대평가 △동료 평가제 시범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직급 연한을 폐지는 젊고 능력이 있지만 연공서열에 부딪혀 대우받지 못하는 일이 많은 점을 고려한 조항이다. 동료 평가는 등급 부여 형식이 아닌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우수한 인재는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인사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했다. 승진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했다. 30대 임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이같은 인사제도 개편안은 최근 임직원 60%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성과를 낸 젊은 직원들을 빠르게 승진시켜 '젊은 삼성'을 만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개편을 두고 재계는 고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현재 일반적인 대기업들은 고도성장기 베이비붐 세대에 대거 채용했던 직원들이 나이가 들어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밖에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채마저 폐지하면서 많은 회사가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건비는 갈수록 커지고, 승진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인사제도 개편은 조직이 노쇄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던 셈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개편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의 개편을 서두르면서 내년 재계 전반에 보다 젊고 유연한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까지 조직문화 혁신을 단행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조직문화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 당연해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얼마나 구축될지, 또 이러한 조직문화 개편이 얼마나 효율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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