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삼성전자 발목을 잡는 암초가 될까.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로 세간이 시끄럽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주가가 7만원 언저리에 있는 것을 두고 "이미 노조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을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7만200원에 장을 마감하며 간신히 7만원 대를 수성했다. 19일 현재 7만8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 9만6800원을 찍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가 지속적인 우하향세를 그리더니 지난 8월 5일 8만3300원, 10월 12, 13, 14일에는 3일 연속 6만원 후반대까지 밀렸다. 18일 역시 장중 초반에는 6만원 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 최근 3개월간 주가 동향(자료: 네이버증권)
삼성전자 최근 3개월간 주가 동향(자료: 네이버증권)

삼성전자 주가가 힘을 못쓰는 가장 큰 배경은 불투명한 업황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18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내년에는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해 올해보다 15∼20%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도체 제조업체의 공급이 수요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IT 수요 증가로 내년 이후까지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D램, 낸드 가격 하락세로 내년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 

일본과 대만,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삼성전자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TSMC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22~28 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랩 건설 및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대만-미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려는 적극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면 현재의 주가 하락세는 지나친 감이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이 73조원에 영업이익은 15조8000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비 9.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7.9% 증가하는 수치다. 올 한해 매출 추정치는 277조2000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53조3000억원으로 최근 5개년 중 가장 좋은 실적이다. 

당분간 가격하락세가 예상된다고 해도 전기차, 클라우드, AI 등 4차 산업에 다가갈수록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감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고객사의 재고가 높은 상황에서 가격이 더이상 상승하지 않고 하락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라며 “대부분의 신규 공급 투자가 5~7나노 선단 공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20~40나노 공정이 필요한 전장이나 전력반도체 등의 수급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 하락세 노조 리스크 아니냐는 지적...과도한 성과급 요구


결국 현재의 주가 하락세는 노조 리스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4일 전국삼성전자노조는 2021년 임금교섭 요구안(초안)을 조합원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1인당 350만원) 지급,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 하위 고과자 임금 삭감 폐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인당 1000만원 일괄 연봉 인상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등 요구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이같은 노조의 요구는 지난 10월 7일 경부터 퍼졌다.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하더니 12일부터 6만원 대로 떨어졌다. 

현재 임금교섭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이같은 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 만무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후 노조가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것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게시판을 보면 주주들의 우려 목소리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주주는 "강성노조화된 기업들의 주가미래는 뻔한걸 알기 때문에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보니 강성노조화 되는것 같아 처음으로 위기감이 느껴진다"며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도 강성노조로 인한 잡음은 기업의 성장성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또 다른 주주는 "현대차 주식이 못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영업에까지도 손을 뻗치기 때문"이라며 "삼성도 현대차 꼴 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자본을 필요 이상으로 개인에게 지급하게 되면 회사의 자본 순환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한국 기업들의 특성상 해외 투자자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데 주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하락도 반도체 문제와 더불어 노조 문제가 이중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전 삼성그룹 이병철 초대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삼성 노조 설립은 절대 안된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이건희 회장은 그 유언을 끝까지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 면서 노조 설립 대신 한마음 협의회를 통해 노사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문재인 정권 들어 노조 힘이 강해지면서 삼성전자 노조가 설립됐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세간의 시선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삼성전자의 질적 경쟁력 저하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직원 8000명이 정규직화 된 이후 연봉제로 전환하고 수당비율이 낮아지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리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일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금은 앞길이 막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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