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IT·전자업계에는 이슈들로 가득했다. 미래 산업의 대표주자답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 결과 LG전자는 스마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초강수를 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투자에 집중했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멈추는 등 반도체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도 있었다. 80년대생 임원에 이어 대표이사까지 등장하는 등 IT·전자업계의 빨라지는 세대교체도 중요한 이슈였다.
새해 벽두부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 "사실로"

올해 1월 20일, 새해 벽두부터 권봉석 사장은 중대한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가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5조원에 달한다"며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면서 “향후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CEO가 직접 중대한 사업상 결정이 임박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결국 4월 5일 휴대폰 사업 철수를 전면 발표한다. "미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예견된 일이었다. LG전자는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피쳐폰 시대에서 잘나갔었지만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어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혁신에 너무 목을 멘 나머지 이후 나온 제품들이 기본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누적적자가 5조원을 넘어서자 결국 구광모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출시를 예고했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를 포함해 스마트폰 전체 라인업의 출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 역시 출시하지 않았다.
LG전자 MC사업부 3300여명은 다른 부서나 각 계열사로 이동했다. 약 3300명의 대규모 인력 이동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잡음이 발생하지 않아 '역대급 무탈(無頉) 이동'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국내 시장 점유율(약 14%)은 삼성전자가 대부분 흡수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음에도 결과적으로 LG전자 주가는 큰 상승작용을 이어가진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면 주가가 20만원은 바로 찍을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권 사장이 이메일을 보낸 직후인 1월 22일 19만3000원을 찍고 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금은 13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올 한해 내내 반도체 공급부족...차량용에서 시작해 IT·전자 전반으로 확산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는 올해를 관통한 핵심 이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자동차업계다. 반도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세계 유수의 자동차사들이 올해 내내 일시적 가동중단과 감산을 밥먹듯이 했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은 계속 올랐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차량용 반도체 판매가 줄자 파운드리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수익성이 높은 5G 통신기기나 서버,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으로 생산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올해들어 자동차 수요가 대폭 회복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사들의 판매실적도 악화됐다. 지난 11월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판매까지 급감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차)의 11월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모두 57만3758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67만4725대)보다 15% 줄어든 수치다. 자동차 판매량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자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공급 구조 전환에 나섰다. 부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협업해 구조망을 단순화시켜 부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공급부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애플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아이폰 생산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2023년까지 지속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 본격화...삼성전자 신공장 미국 텍사스 부지 확정

소문만 많았던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사실상 확정난 것도 올해다.
삼성전자는 11월 24일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州 테일러市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테일러市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으로,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테일러市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첨단 제조 분야 공급망 구축을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텍사스 지역 신문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는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커뮤니티 등이 함께하는 TF를 설립한 뒤 삼성 측에 재산세 감면 등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인력 지원 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텍사스주의 인센티브 혜택뿐만 아니라 친기업적 환경이 삼성으로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란게 업계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10조원이 넘는 미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텔과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계약을 맺었으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인수절차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해 8개국(한국, 미국, 유럽, 중국,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의 독과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 인수를 승인했지만 중국만 7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80년대생 돌격 앞으로...빨라지는 세대교체

IT·전자업계의 빨라지는 세대교체도 이슈다.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임원이나 CEO로 발탁하는 것이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IT·전자업계도 고도성장기 베이비붐 세대에 대거 채용했던 직원들이 나이가 들어 적체현상과 역피라미드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인사제도 개편도 이슈가 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선정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한성숙(54) 대표는 상사의 심한 괴롭힘으로 발생한 직원 자살의 책임을 물어 한성숙(54) 대표는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최수연 신임 대표 내정자는 1981년생으로 올해 41살이다.
최 내정자는 아직 표면적인 구체적 성과를 낸 것은 없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깊은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는 현재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와 글로벌지원사업부 책임리더로써 손발을 맞추며 충신처럼 일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글로벌 사업과 투자를 강화하려는 네이버의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LG도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LG는 지난 11월 25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계열사를 모두 합쳐 132명의 신임 상무가 탄생했다. 이 중에서 40대가 절반이 넘는 82명을 차지했다. 최연소 임원은 올해 41세인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여)로,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했다.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는 젊더라도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준비와 변화를 가속화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구광모 회장 본인도 40대로 젊거니와 '젊은 LG'에 대한 구 회장 의지가 워낙 강하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9일 임원인사를 발표했는데 세대교체 모습이 뚜렷하다.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발탁하며 세대 교체 의지를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 갖춘 인물을 발탁해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가 다수 배출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일 사장단 인사에서 반도체·가전·모바일 부문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었다.
삼성전자는 인사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1월 29일 삼성전자는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했다.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승격세션’을 도입하고, 동료평가제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승진이 가능토록 해서 젊은 경영진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지만 내외부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인건비를 줄이며, 무한 경쟁을 시키기 위한 인사제도 개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한다는 것은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되지만 반대로 승진 역시 무기한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료평가제도 직장인들끼리 '오징어게임'을 하라는 것이냐는 사내 불만이 제기 중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사제도 개편 임직원 동의 절차에 착수한 지 2주일이 지난 13일 기준으로 동의율이 인사·재경 등 지원 파트를 제외한 다수 사업부서에서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제도 개편에 재계는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사내 불만이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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