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본사 전경. 사진=Chat GPT
SKT 본사 전경. 사진=Chat GPT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자, 통신사 간 번호이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보상책을 내놨지만 번호이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오히려 기존 가입자 유지 대책이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1만748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킹 사고 직후였던 지난 5월 3일(2만2404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동한 가입자 중 KT로 간 경우가 8336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경우는 9152명이었다.

번호이동 건수 증가에 따라 SK텔레콤의 순감 폭도 확대됐다. 5일 3865명이던 순감 폭은 하루 만에 6675명으로 늘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번호이동 건수는 1만 명 초반에 머물렀지만,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5일 1만9323명으로 급증했고, 전날에는 3만618건까지 치솟았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고에 따른 보상책으로 △8월 한 달간 통신요금 50% 할인 △8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데이터 50GB 추가 지급 △뚜레쥬르·파리바게뜨·도미노피자 등 제휴처 최대 50~60% T멤버십 할인 혜택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고객들은 '번호이동으로 위약금을 면제받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며 대규모 이탈에 나서고 있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약금 면제를 하면 몇백만 명이 한꺼번에 번호이동을 할 수 있고,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약금 면제가 시행되자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 모습에 "그리 앓는 소리를 하더니 기존 고객들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달 할인이라니, 그간 피해를 입은 데 비해 보상이 너무 적다", "기기변경에 지원금을 늘려 번호이동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야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 등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별다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 할인 등 이번 혜택은 사고 이후에도 SK텔레콤을 이용해주신 고객에 대한 감사 차원의 보상이며, 이탈을 막기 위한 보상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무리한 지원금은 시장 과열을 유발할 수 있어 기기변경에 대한 추가 혜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업계는 위약금 면제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대규모 가입자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는 가운데 SK텔레콤은 전날 KT를 불법 보조금과 공포 마케팅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며 통신 3사 간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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