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age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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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이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단순 금융거래 지원을 넘어 한국 정착을 돕는 플랫폼 구축과 부동산 투자 지원까지 서비스를 다각화하며 외국인 금융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813만명으로 2023년 776만명 대비 4.8% 증가했다. 2021년 714만명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국내 은행 신규 고객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고객은 올해 2월 기준 600만명을 돌파해 2022년 말 540만명에서 크게 늘었다. 외국인 대출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7만9524명으로 2022년 12월(4만9902명) 대비 60%나 급증했다.


4대은행, 외국인 특화·전용 서비스 확대


우리은행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외환 신고부터 매물 정보, 중개, 세무 상담까지 부동산 투자 전 과정을 한 번에 지원하는 서비스다. 우리은행은 현재 외국인 전용영업점과 일요영업점, 우리글로벌데스크와 글로벌투자WON센터를 포함해 11개 외국인특화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과 체크카드 발급이 동시에 가능한 'SOL 글로벌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올해 1월 기준 2만장 이상이 발급됐고, 사용률은 65.4%로 한국인 고객의 약 두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경상남도 김해에 외국인 특화 지점을 열고 영상통화를 통한 금융 서비스와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인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 같은 지점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평택에 외국인 전용 지점을 개설했다. 38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AI 기반 다국어 번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외국인 고객과 은행 직원이 서로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해외송금에 최적화된 모바일 뱅킹 서비스 앱인 '하나 EZ'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회사를 위한 법인카드 발급 절차도 간소화했으며 외국인을 위한 소액 긴급 대출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급여이체나 외환거래를 하는 외국인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KB 웰컴(WELCOM) 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계좌는 은행 수수료 면제와 우대 환율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30일에는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인 'KB 퀵센드(Quick Send)'를 출시한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가 특징이다. 외국인 고객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건당 최대 미화 1만불 상당액까지 송금할 수 있다. 송금 가능 국가는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으로 시작하며 상반기 내로 최대 48개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방은행도 적극적…외국인 대출자 수 시중은행 1.8배


지방은행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외국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지방은행의 외국인 대출자 수는 4만7154명으로 시중은행의 1.8배에 달한다. 대출 건수도 4만8337건으로 시중은행(3만582건)을 크게 앞선다.

광주은행은 올해 2월 광주 광산구에 지역 최초 외국인 전용 뱅킹센터를 개설했다. 광산구는 광주 전체 외국인의 56%가 거주하는 곳이다. JB금융은 외국인 전용 종합 금융·사회통합 플랫폼 '브라보 코리아'를 이달 내 출시할 예정이다.

BNK금융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해 외국인 전용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앱·서류 영문화 본격 추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부터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영어 모바일 앱과 서류를 제공할 예정이다. 외국인 고객의 신원 인증에 필요한 이름 등 입력 가능한 글자 수도 20자로 확대한다.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국내 외국인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금융의 글로벌화가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은행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라며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해외 지점과 거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용 측면에서 외국인 고객 유치에 소극적이었으나 이제는 신규 고객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필수 전략이 됐다"며 "앞으로 외국인 특화 금융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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