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차량.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차량.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 종합 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몸값을 대폭 낮추고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반면 공모주 시장이 난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시점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상장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FI에 3000억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에도 시선이 쏠린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도전을 공식화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 희망 밴드를 1만1500~1만3500원으로 책정했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5622억원으로 계산되고 총 공모 주식 수는 1494만4322주다. 구주와 신주 비율은 50대 50으로 각각 747만2161주다. 

눈에 띄는 점은 '몸값' 책정이다. 앞서 업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조원을 상회하는 시가총액으로 시장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IPO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공모가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공모주 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 전체가 '혹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값을 깎고 시장에 나섰으나 공모밴드 하향에는 더 큰 우려가 따라붙고 있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17년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산하 유한회사 LLH와 계약을 맺고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IPO를 약속했다. 이때 체결된 풋옵션 조항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하면 LLH의 지분을 롯데그룹이 떠안게 됐다. 풋옵션 행사 가격보다 공모가를 낮출 경우 그 차액을 LLH에게 보전해 줘야 하는 것이다.

오는 5월 기준으로 LLH가 보유한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5만720원이다. 공모가 하단 1만1500원으로 공모를 마칠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LLH에게 약 2931억원의 차액을 보전해야 한다. 물론 이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부담을 주지는 않으나 풋옵션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LLH는 이번 상장으로 구주 지분 21.97%를 전부 출회하고 완전히 엑싯한다. 이에 관건은 시장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가격을 어떻게 보느냐다.

수요예측이 저조할 경우 롯데그룹이 LLH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장을 미룰 수도 없다. 올해 6월 말까지 상장을 끝내지 못하면 지연 배상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물음표가 감지된다. IPO 시장 분위기가 기형적으로 얼어붙어 있어 투심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업 성장성을 내세우기도 어렵다. 택배·물류업 시장 경쟁과 내수 침체 등으로 이렇다 할 긍정적 전망 요소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이번 상장을 '엑싯을 위한 상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FI의 엑싯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장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공모 투자자들이 구태여 엑싯을 위한 IPO에 매력을 느낄지는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공모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LLH로 흘러 들어가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FI와 시장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FI를 끌어들여 프리IPO를 유치한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기업 상장에 따라 주주들도 챙겨야 하는데 책임경영 차원에서 보면 최대 주주 락업기간 6개월은 다소 짧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려는 선택지를 고민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4일부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KB증권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키움·대신·BNK·신한·하나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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