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신서비스와 해외사업을 양손에 들고 상장에 나선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와 사업성 우려가 얽힌 이번 상장을 타파할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묘수'에 이목이 쏠린다.
21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사업 비전과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택배, 국제 특송, 공급망 관리, 포워딩 등 종합 물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사업을 연계해 창고관리, 해상과 항공 운송, 항만 하역, 현지 내륙운송을 포함한 물류 인프라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번 IPO(기업공개)로 총 1494만4322주를 모집한다. 공모 희망 밴드는 1만1500원~1만35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상단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약 2017억원이고, 시가총액은 5622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구주와 신주 비율은 50대 50으로 각각 747만2161주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FI가 얽힌 상장 구조와 구주 매출로 시장의 시선을 모았다. 이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현재 상장에 가장 우려스러운 요소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17년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산하 유한회사 LLH에게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을 약속했다. 이때 양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할 경우 LLH의 지분을 롯데그룹이 떠안는다는 내용의 풋옵션 조항을 걸었다. 풋옵션 행사 가격보다 공모가가 낮아지면 롯데그룹이 그 차액을 LLH에 보전해 줘야 한다.
LLH가 보유한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5만720원으로 공모 희망 밴드와는 이미 차이가 크다. 하단 기준 1만15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호텔롯데와 롯데지주는 LLH에게 2931억원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수요예측이 저조해 공모가 하단에도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지급 금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권재범 롯데글로벌로지스 재무부문장 상무는 "현재 LLH의 주당 풋옵션 행사 가격과 공모 밴드의 차이가 크다"며 "투자자들이 목표로 하는 높은 이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고정된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 시장 자체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모 자금의 유동성 자체는 아직 대기 중인 자금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수요예측 이후 결정된 최종 구주매출 단가가 합의된 주당 행사가격에 미달할 경우 롯데그룹이 기업공개를 중단할 수 있다. 미달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경우 롯데그룹은 구주매출 대금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LLH에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권 상무는 롯데그룹이 IPO를 중단할 가능성에 관해 "계약상 IPO를 중단하면 (LLH가) 곧바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며 "수요예측 결과가 공모 밴드를 벗어나는 수준일 경우 주관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공모 밴드 내에서 결정되면 중단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LLH에 보전해야 할 차액은 호텔롯데와 롯데지주가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요예측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FI의 엑시트로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흔들릴 가능성과 함께 공모주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IPO 업황 부진도 겹쳤다. 게다가 최근 내수 경제가 급격히 침체하면서 물류 사업에 이렇다 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추진할 신서비스와 글로벌 확장 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2차 전지와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차 전지에서는 이미 원자재 운송부터 폐배터리 회수·재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에서 물류 역량을 확보했고, 수소 분야에서는 그룹사 협업에 기반해 암모니아 해상 운송 사업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 신선식품 물류에도 뛰어들었다.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롯데 이그로서리 사업이 물류 운영을 전담한다. 또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약속배송'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관광객의 짐을 대신 배송해 주는 러기지리스 등 사업 다각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후 5월 12일과 13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주관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주관회사는 KB증권이며 키움·대신·BNK·신한투자·하나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