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리니스트 시혼 마의 따듯한 마음
지난 달 미국 뉴욕 소더비스 경매에서 '요아힘-마'로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1714년 제작 추정)이 100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여기에 경매사 측의 수수료를 더해 최종 1,130만 달러(한화 약 16,531,900,000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소더비스가 추정했던 최소 금액보다 부족한 금액에 낙찰되었습니다만, 고악기에 대한 경매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은 고악기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악기들은 현재 약 550대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번 경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재학 중인 미국의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이하 NEC)가 소유했던 '요아힘-마'를 경매에 출품하면서 이뤄졌는데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NEC의 졸업생이자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음대 교수로 평생 재직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시혼 마의 선한 마음에서 이 경매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요아힘-마'는 바이올리니스트 시혼 마가 모교인 NEC에 기부한 악기입니다.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서 바이올린 군의 악기를 제작했던 공방 사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황금기에 제작했다고 추정하는 이 악기는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소유했었고요.
당시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초연을 했던 악기로도 추정합니다. 이후에는 시혼 마가 평생 소유했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요아힘-마'로 부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등의 고악기들은 소유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별명처럼 지어 부르기도 하거든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가정에서 성장한 시혼 마는 평생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육자로 활동했습니다. 동시에 누구라도 한 번 연주해보고 싶은 전설의 명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마'를 소유했었고요. 그의 경력들로만 살펴보면,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그의 삶은 참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던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가족들에게 전한 마음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요아힘-마'를 통해, 미래의 후배 음악가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거든요.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세기의 악기를 재산으로 물려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시혼 마는 스승이자 음악의 선배로 따듯함을 물려주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평생 학생들을 지도하며, 장학 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테니까요. 선한 마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일도 맞습니다.
시혼 마의 선한 바람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바로 이뤄졌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모교 NEC에 '요아힘-마'를 기부했는데요. 단 하나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미래의 음악 학도를 위한 장학금을 위한 용도로 사용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지난 달 뉴욕 소더비스 경매에서 '요아힘-마'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동시에 NEC 역사상 최다 금액의 장학 지원이 가능해졌습니다.
'요아힘-마'는 익명을 요구한 개인 혹은 회사에게 판매되었습니다. 또한 재미있었던 이번 경매의 풍경 중 하나는 옥셔니어 필리스 카오가 평소보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경매를 이끌었던 점인데요.
그것은 경매의 시작과 함께 NEC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제네바 르위스가 연주하는 바흐의 <라르고>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듣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시혼 마의 따듯한 마음이 미래의 음악가들에게 분명 효과적이고 확실한 도움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