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age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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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주계열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면담에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조한데다 지주계열 증권사들도 자본 활용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계열 증권사 CEO들은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규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지주 BIS비율 산정시 증권사의 연결 예외 검토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증권사 CEO들에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미래 산업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 산업분야 발굴, 투자방식 확대, 장기적 관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 지속 가능한 투자전략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구조로는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늘리기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따라 건전성 규제를 받지만, 은행계열 증권사는 금융지주 자회사로서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잡히기 때문에 지주의 BIS비율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의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계산하는데, 벤처·중기 투자를 늘릴 수록 RWA가 늘어나 BIS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영업 방향을 '내부통제'와 '주주환원'으로 설정하고 RWA와 주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제고를 위해서도 RWA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RWA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무턱대고 모험자본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초대형IB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 종투사인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해당하고, 지난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에도 해당된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계열 증권사들의 투자 집행 건수는 2023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KB증권은 19건에서 11건으로 줄었고, NH투자증권은 12건에서 5건, 신한투자증권은 7건에서 1건, 하나증권은 30건에서 9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벤처·중기 투자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들긴 했지만, 유독 은행계열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이 막혔다는 평가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경우 RWA 관리를 지나치게 조이면서 모험자본 공급의 역할이 위축되는 면이 있다"며 "증권업계 특성에 맞는 범주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계열 증권사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업무계획에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기업 신용공여,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등 종합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랩·신탁 징계 걸림돌이 제거된 하나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받고 적극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당국 인가를 받으면 바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계열 증권사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과 지주 차원 가이드라인을 모두 지키려다 보니 공급자본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경향이 있었다"며 "기준이 완화되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른 독립계 증권사에 비해 에쿼티 활용에 제약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규제가 완화돼 유먕한 기업에 투자한다면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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