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초저위험 상품에 방치돼있는 퇴직연금을 위한 연금 특화 상품 '디딤펀드'가 출시됐다. 분산투자 전략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반면 디딤펀드의 차별성과 실효성에는 의문을 품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25곳의 자산운용사가 일제히 디딤펀드를 출시했다. 

디딤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밸런스펀드(PF) 상품이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두기 위한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주식 비중을 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현재 400조에 달하는 적립금이 쌓였지만 그 중 90%가량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수익률도 물가상승률과 거의 차이가 없는 3.47%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3%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연금 자산을 넣어두게 되면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자산 증식엔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방치된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성 제고를 위해 운용사들과 손을 맞잡았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자산운용업계에 안정적인 장기투자형 연금 상품 개발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자산운용 수요를 충족하고 고령화에 따른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들에게 퇴직연금 상품에 역량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자산운용사들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지난해부터 디딤펀드 출시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삼성·신영·신한·IBK·NH아문디·우리·KB·한국투자신탁·한화자산운용 등25개 운용사는 각 사마다 단 1개의 대표상품만을 출시했다.

25개 사 중 15곳은 디딤펀드를 새로 출시했고, 10곳은 기존에 출시한 자산배분펀드 상품을 디딤펀드 요건에 맞춰 재출시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생애주기 타임라인에 맞춘 TDF와는 다르게 물가상승률과 수익률로 기준을 잡아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며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해 5%에서 7%사이의 수익률을 매년 찾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효성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분위기다. 기존에 존재하던 타겟데이트펀드(TDF), 타겟리스크펀드(TRF) 등의 자산배분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TDF에 적용되는 글라이드패스가 없다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에 있던 자산배분펀드와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건 사실"이라며 "특별한 이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기존 자산배분펀드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자산배분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가려져 투심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디딤펀드가 아직 디폴트옵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에도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디폴트옵션 승인으로 지점 영업이 활성화돼야 투자자들을 더 끌어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 승인에 관한 전망은 아직 없다"며 "판매사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디폴트 옵션 관련으로 아직 당국에서도 이렇다 할 권고는 없다"고 전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제 막 출시한 상품이기 때문에 1년 정도 성적을 지켜볼 것"이라며 "성과에 따라 실효성을 보완할 방책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디딤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들은 10월 동안 금융투자협회에서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디딤펀드 상품을 소개한다. 상품을 출시한 25개 운용사가 각각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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