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곳은 동작구에 위치한 까치산길이다. 동작충효길 7코스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까치산은 높이 119.5m로 북쪽으로는 현충원을 감싸고 있는 서달산과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까치산은 수목이 우거지고 까치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무더위 때문에 이른 시간에 출발해 까치산길을 걷는다. 다행히 구름이 가득 낀 흐린 날씨라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비소식이 따로 없어서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걷는 내내 천둥소리가 들려 평소보다 빨리 걸어야 했다.
까치산길은 낙성대역(2호선)에서 하차에 1번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된다. 직진하다 보면 관악산과 까치산을 연결하는 까치산생태다리를 마주하게 된다. 까치산생태다리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 생태다리를 건너면 까치산길이 이어진다.
까치산은 원래 관악산의 산줄기였는데 큰 도로가 나면서 끊겼다가 생태다리로 연결되면서 다시 관악산과 한 몸이 됐다. 사당역(2호선) 6번출구로 나와 직진해도 되지만 낙성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가깝다. 까치산길은 평탄한 숲길로 걷기에 너무 좋은 길이다. 까치산의 높이가 119.5m지만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능선을 따라 걷는 숲길은 거의 평지를 걷는 느낌이었다.

평일 이른 시간이었지만 까치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산책길 같은 코스라 까치산길을 걷는 사람들의 복장도 가벼운 운동복이나 평상복 차림이었다. 아마도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 같았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다 보니 아파트 주민에게 까치산길은 더없이 좋은 산책코스인 셈이다.
특히 나무가 짙게 우거진 숲길은 고운 흙길 구간이 많아 맨발로 걷기에도 너무 좋아 보였다. 실제로 운동화를 들고 맨발로 걷는 이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등산가방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워낙 평탄한 숲길이라 물 한병 들고 가볍게 나들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까치산이라는 이름처럼 유난히 맑고 고운 새들의 노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늘은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풀벌레소리도 유독 크게 들려온다.


까치산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94호로 저정된 조선시대 문신인 효간공 이정영 묘역과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1호인 동래정씨 임당공파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까치산길 구간에서 다소 벗어나 있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여유롭게 숲길을 걷는데 길가에 쌓아 놓은 두개의 돌탑이 눈이 들어왔다. 하나는 완성된 돌탑이었고, 하나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까치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한두 개씩 돌을 얹어 돌탑을 쌓아가는 듯했다.
필자도 조심스럽게 돌을 하나 올려 놓고 소원도 빌어본다. 숲길을 걷다 보면 소원을 빌 수 있는 곳이 참 많다. 사찰이 있으면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이렇게 돌탑이 있으면 돌탑에도 소원을 빈다.
소원이 꼭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원을 빌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좋은 꿈을 꾸고 로또 복권을 사서 일주일 내내 1등으로 당첨된 듯 기분이 좋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돌탑을 뒤로하고 다시 숲길을 걷는다. 소원을 빌고 나니 발걸음이 더 가벼워진다.


어느새 거의 까치산길의 끄트머리에 다다른다. 원래는 숲길을 걷고 아파트 단지길을 걸어 백운고개 생태다리까지 걸어야 하지만 숲길까지만 걷고 서울대역(2호선) 방면으로 내려간다.
까치산길은 총 거리가 3.6km지만 오늘 걸은 거리는 3km 내외로, 쉬지 않고 걸었더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대역 방면으로 내려간 이유는 전통시장인 관악중부시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시장으로 내려가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천둥번개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들려온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서둘러 시장으로 향했다. 관악중부시장은 골목시장 형태였지만 규모도 꽤 크고 먹거리도 많은 시장이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까치산길을 걷고 내려오다 보니 아직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더군다나 우산도 없는데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 맘놓고 시장을 구경할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점심을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 간단하게 주전부리를 하고 비가 쏟아지기 전에 서울대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행스럽게 큰 비는 피할 수 있었다. 요즘 한국의 날씨는 거의 동남아 아열대날씨가 되어 가고 있다. 스콜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날씨가 맑아진다. 외출할 때 우산은 이제 기본으로 챙겨야 할 필수품이 되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걷는 것이 참 힘들다. 아무리 트레킹이 좋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날씨가 한풀 꺾이면 가벼운 나들이로 까치산길을 걷고 먹거리가 충만한 관악중부시장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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