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은평구와 고양시에 걸쳐 있는 앵봉생태길이다. 앵봉산은 높이235m로 시내에 있는 산중에는 나름 높이가 있는 산이다. 남쪽으로 봉산과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윗쪽으로 연결되는 이말산을 가로지르면 동쪽으로 북한산이 연결된다. 서울둘레길 7코스가 봉산과 앵봉산을 지나가고, 은평둘레길 2코스가 바로 앵봉생태길이다. 

앵봉생태길을 걸을 때는 서울둘레길과 은평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앵봉생태길은 지금까지 소개했던 코스 중에서 중상급에 속하는 난이도이다. 스틱을 준비해서 가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난이도가 있지만 왕초보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나름 등산의 재미가 더해질 수 있는 흥미로운 코스이다. 

구파발역에서 출발해 서오릉 입구까지의 거리는 3.8km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서오릉 입구에서 출발하면 시작부터 꽤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만큼 구파발역에서 출발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앵봉생태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생태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파발역(3호선) 4번출구로 나와 롯데몰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직진해 탑골생태공원 방면으로 진입하면 앵보생태길이 연결된다. 탑골생태공원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보덕사라는 조그마한 사찰을 마주하게 된다. 사찰을 잠시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앵봉생태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능선길이 완만하게 이어져 있다. 숲길을 따라 걷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새 소리보다 풀벌레 소리가 크게 울린다.

보덕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보덕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생태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생태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능선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 군사훈련용으로 만들어 놓았던 진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진지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철망 펜스가 숲길을 따라 곳곳에 쳐져 있었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있지만 어떤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군사훈련용 진지들을 보니 과거 소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소대원들과 진지작업을 하던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옛날 기억들을 하나씩 소환하며 즐거운 상상 속에 지루할 틈 없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비가 온 뒤라 날씨가 많이 습해져 몸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오늘따라 바람도 잔잔하다. 정상을 향해 오르다 옛 벙커 위에 만들어진 쉼터에서 땀을 식힐 겸 휴식을 취한다. 잠시 땀을 식히고 일어선다.

숲 속 군사훈련용 진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 속 군사훈련용 진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벙커 위 휴식공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벙커 위 휴식공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얼마나 걸었을까, 완만했던 능선길이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 사이 어느새 앵봉산 정상 전망대에 도착한다. 바람없이 잔잔했던 숲길과는 달리 정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면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한다. 멀리 일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지만 아쉽게도 습한 날씨로 인해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가 길지 않다. 정상 오르막을 오르느라 거칠어졌던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앵봉생태길은 돌도 많지만 능선길 중간중간 고운 흙길이 많아 일부구간을 맨발로 걷는 분들도 자주 눈에 띈다. 

앵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한참을 걷다 보니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서오릉 방면에서 올라왔으면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봉산해맞이길을 걷고 이어서 앵봉생태길을 걷는다면 모를까 앵봉생태길만 걷는다면 구파발에서 출발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앵봉산 입구 초입에 새로 조성된 데크로 된 앵봉 무장애숲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700m이상 되는 데크길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뭉쳤던 근육의 피로가 무장애숲길을 걸으며 말끔하게 해소된다.

앵봉 무장애숲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 무장애숲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무장애숲길을 걷고 나면 앵봉생태길의 끄트머리이면서 봉산해맞이길의 출발지인 서오릉고개 녹지연결로를 마주한다. 앵봉생태길 트레킹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서오릉고개로 내려가 조금만 걸어가면 황금사찰로 유명한 수국사를 둘러봐야 한다. 

수국사는 봉산해맞이길을 걸으면서 소개했던 곳이지만 앵봉새태길을 걷는 분들도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황금으로 칠해진 대웅전과 함께 잘 꾸며진 사찰 주변을 둘러보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앵봉생태길 걷기는 출발지였던 보덕사에서 시작해 수국사에 마무리하는 사찰여행과도 같은 색다른 느낌의 트레킹이다. 보덕사와 수국사에서 부처님께 소원도 맘껏 빌고 오면 좋다. 

수국사 대웅전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국사 대웅전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국사를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은 연시내역 연서시장으로 향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지만 걸어서 이동하더라도 20분이면 가능한 거리이다. 필자는 걸어서 연서시장으로 이동한다. 

연서시장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뒤풀이장소로 인기있는 시장이다. 과일들이 참 싸고 맛있어 보인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유독 많다.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눈호강을 제대로 한다. 

눈호강을 실컷 하고 주린 배를 채우러 맛집을 찾아 나선다. 맛집에서 배불리 먹고 나왔는데 시장 먹거리에 홀려 나도 모르게 또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다. 운동한 양보다 먹은 칼로리량이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지나간다.

연서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연서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앵봉생태길은 스틱이 있으면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장마도 장마지만 습한 기운의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이런 날씨에는 무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날씨가 한풀 꺾이고 선선해 지면 등산과 트레킹의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앵봉생태길을 걸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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