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4' 야외무대에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참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7월 8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4' 야외무대에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참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날씨가 더워지며 '워터밤' 등 공연과 물을 결합한 행사가 새로운 피서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축제를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이 많고, 일회용품을 과도하게 쓰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대처럼 냉방과 문화예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각 나라별 전통적인 보양음식이나 피서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름 보양음식으로는 삼계탕이 꼽힌다. 16세기 명나라 시대 작성된 의서 '본초강목'에는 '중국 사람들이 조선에까지 가서 약용 닭을 구해온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부터 닭을 보약으로 먹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은 보양음식 외에도 독서, 부채·죽부인 등 물품과 빙고(氷庫, 얼음 창고)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서를 즐겼다.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에는 이른 아침 서로를 불러 대답한 이에게 더위를 팔면 그해 여름을 덥지 않게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담긴 '더위팔기'도 유명하다.

중국 허베이성의 청더 피서산장과 그 주변 사원 모습. 사진 = 유네스코 문화유산 홈페이지 
중국 허베이성의 청더 피서산장과 그 주변 사원 모습. 사진 = 유네스코 문화유산 홈페이지 

가까운 일본은 여름철 비파엽탕(비파나무 잎과 감초, 육계 등을 달여 만든 탕)과 뱀장어, 도코로텐(우무묵), 불꽃놀이·후나아소비(뱃놀이의 일종)·괴담회 등을 즐겼다.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타로 더위를 피하며, 중국은 1703년 청나라 황제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지은 여름 궁전인 '청더 피서산장'과 그 주변의 사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흠뻑쇼', '워터밤' 등 물놀이를 결합한 축제가 새로운 여름철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대중음악과 물을 결합한 축제 '워터밤'은 2015년 시작된 이후 올해 서울·제주·대전·대구 등 전국 각지와 두바이·홍콩·일본·방콕·싱가포르 등 해외 순회 공연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워터밤' 행사에는 전국 약 20만 명의 인파가 참여했고, 속초에서 열린 단일 행사에서만 1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6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워터밤' 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 = 줄리안 퀸타르트 인스타그램 일부 갈무리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6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워터밤' 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 = 줄리안 퀸타르트 인스타그램 일부 갈무리

일각에서는 워터밤을 비롯한 물놀이 행사 시 일회용품 및 물이 지나치게 많이 쓰인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일회용 LED를 사용한 워터밤 초대장을 올리며 '초대장에 일회용 LED?'라는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는 해당 게시글이 화제가 되자 '디제이로서 늘 축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민과 갈등(을) 함께 해왔던 부분들이 있다'며 해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는 다회용도컵을 사용할 경우만 축제 개최를 허용해 주는 지역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워터밤, 흠뻑쇼, 송크란 페스티벌와 같은 과도하게 물을 사용 하는 페스티벌은, 그 사용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른 방면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조차 없다는 게 속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갈렸다. 네티즌 A씨는 '싸이가 흠뻑쇼에서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은 300톤인데 골프장 한 곳에서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1000톤 이상'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단순히 페스티벌에서 사용하는 물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댓글을 남겼다.

반면 네티즌 B씨는 '환경이 오염되면 오염될수록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워터밤 주최측 그리고 출연하는 아티스트들도 어느 정도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더운 여름,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임에도 안전 관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광주 서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싸이흠뻑쇼 썸머스웨그(SUMMER SWAG) 2024'에서는 총 공연 기간인 이틀 동안 탈진 및 현기증 증세를 보인 6명을 포함해 7명이 병원에 이송됐고, 현장 안전 부스에서 78명이 응급조치를 받았다.

특히 이 같은 물놀이 행사는 면적당 인원 최대 수용 기준이 없는 스탠딩 좌석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무대와 가까운 구역 등 인파가 몰린 곳에서는 혼잡한 상황에 안전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되던 '보일러룸 서울 2024'가 과도한 인파와 현장 안전 관리 미흡으로 인해 중도 취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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