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주주환원율도 제고하는 동시에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고금리 환경으로 가계대출 확대와 부동산 시장 공략이 어려워진 금융지주들은 기업대출을 늘리며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 CET1 비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CET1비율은 △KB금융 13.40%(-19bp), △신한지주 13.09%(-8bp), △하나금융 12.89%(-33bp), △우리금융 11.95%(-4bp)로 집계됐다. 원화 약세와 ELS 배상에 따른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들이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CET1 비율은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비율을 높이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RWA를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에 암묵적으로 CET1 비율 13%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이 튼튼해야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에 대응할 수 있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증가와 환율, 충당금 영향으로 RWA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막히면서 경쟁적으로 법인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5월말 기준 기업여신 잔액은 664조222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조9373억원 늘어났다.
게다가 당국에서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가 필수적인데, 배당과 자사주 소각 모두 자본이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와 CET1 비율 관리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당장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하나·우리금융의 고민은 더 깊다. CET1 비율은 M&A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 중 하나다. M&A로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면 RWA가 필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나·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신중한 이유도, 우리금융이 자본 소모 없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하기로 한 것도 CET1 비율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4대 금융의 CET1 비율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상회하는 대출 성장으로 2분기 CET1 비율이 전분기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B·신한·하나금융은 올해 CET1 비율 목표를 13% 이상으로 고정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목표를 13%로 잡았으나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어 당장 실현 가능한 12%로 재조정했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자본성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KB국민은행(3580억원)과 우리금융(4000억원)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흥행에 성공했고, 이달 우리은행도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자본성 채권은 직접적으로 CET1 비율을 높일 수는 없지만, RWA 확대에 대비해 BIS자본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순이익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운용의 폭을 넓히고, 하반기 업황과 실적 추이를 지켜보면서 CET1 비율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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