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질주하던 은행주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과 배당기준일이 지나면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달 은행주가 급격히 상승했고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 하방 압력도 남아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주 10개 주가를 추적하는 KRX 은행 지수는 전일 781.55p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일주일 전인 3월26일(845.69p) 대비 7.6% 하락했고 장중 최저치는 773.90p까지 떨어졌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대표 은행주도 약세다. KB금융은 지난달 14일 52주 최고가 7만8600원을 기록했으나 전일 6만8900원으로 –12.4%를 기록했다.

신한지주 역시 같은 날 52주 최고가 5만1500원에서 전일 4만4900원으로 18.6%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12.5%(6만4600원→5만6500원), -7.3%(1만5160원->1만4050원) 줄었다.

은행주 하락세는 배당기준일이 지나가고, 저PBR 수혜주로 주가가 오르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현한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최대 순익을 내는 계열사인 은행이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에 돌입한 것도 실적에는 악재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판매사는 2조원이 넘는 배상액이 필요하다.

특히 기관투자자 매도가 두드러졌다. 지난 일주일간 기관투자자 순매도액은 KB금융 386억원, 하나금융지주 466억원, 우리금융지주 304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유일하게 기관 순매수 31억을 기록했지만 지난 27일 BNP파리바가 지분 3.6%(1870만주) 매각을 위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수요예측에 나선 상태다.

업계는 최근 은행주가 급격히 오른 만큼 하방 압력도 남아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가 걸림돌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장중 4.4%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SIM)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3으로 시장 전망치 48.1을 뛰어넘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인하를 늦추거나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총재 등 일부 연준 위원은 제조업 지수 공개 이후 올해 세차례 금리인하가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식 시장에서 모처럼 리스크 오프(Risk-Off, 위험회피전략)이 재현됐다"며 "경기에 민감한 소비·은행주가 약했다"고 분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는 여전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ELS 보상 비용을 제외하면 국내 은행 경상 손익은 여전히 견조한 수준으로 과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5월 중 추가적인 밸류업 정책이 공개되기 전까진 다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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