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튼튼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CET1 비율이 모두 13% 이상을 달성했다. KB금융이 13.85%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이 13.17%, 신한금융이 13.13%로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은 12.00%로 13%를 하회했다.
4대 금융의 CET1 비율은 모두 전 분기 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폭은 KB금융이 25bp, 하나금융 37bp, 신한금융이 7bp 올랐다. 우리금융은 4bp 감소했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를 통해 조달하는 자본이 차지하는 몫으로 일종의 자기자본 비율을 뜻한다. 보통주를 통해 끌어온 자금은 다른 자본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CET1비율이 높을 수록 손실 흡수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CET1 비율이 13%가 넘으면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KB·하나금융은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으로 CET1 비율을 명시했다.
KB금융은 내년부터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고, 자본관리 정책을 개선해 CET1 비율을 13.0%~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12.0%에 머물러있지만, 주주환원 여력 확대를 위해 내년까지 12.5%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말 12.2%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4대 금융은 CET1 비율 제고를 위해 RWA 관리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ET1을 높이려면 분자인 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RWA를 줄여야 한다. RWA는 은행의 자산을 유형별로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 다시 계산한 숫자를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확실해 위험가중치가 낮지만, 기업대출은 회수 가능성이 낮아 더 높은 가중치를 둬 RWA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의 과거 10년 평균 RWA 성장률은 6.1%였으나 향후 RWA 성장률을 5% 수준에 맞춰 관리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5%, 우리금융은 4%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RWA를 관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RWA를 줄이면 대출 규모가 줄고, 자연스럽게 이자이익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줄어들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줄어들고, 금융사들의 기업가치 제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사들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한 발언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사들이 약속한 CET1 비율을 13%대에서 관리하려면 계열사 등 비은행부문의 순이익 규모와 비중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이 44%로 전년 동기 대비 7%p 늘었다. 하나금융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RWA 대비 이익률을 나타내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 ROE를 1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