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사진=신한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사진=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거취가 흔들리고 있다. 라임·젠투파트너스 사적화해 비용과 IB 부진으로 3분기 실적이 크게 꺾인 가운데 라임펀드 재판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내 정기 인사 움직임도 김 대표에겐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이 2234억원으로 60.8% 감소했다. 특히 3분기에는 185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분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사적화해' 비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환매가 중단된 젠투·라임 펀드 사적화해를 결정했다. 총 금액은 젠투 4120억원, 라임 1440억원으로 이번에 반영된 충당부채는 젠투 관련 세전 1199억원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영업외손실이 1216억원 발생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은 추락했다.

신한투자증권으로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사적화해 외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과의 라임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여전히 1심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신한투자증권 등에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각각 91억원, 364억원, 647억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저하에는 IB부문의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3분기 IB부문 수익은 1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지난 7일 기준 IB 수익이 공개된 초대형 증권사 중 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는 키움증권(-42.0%)을 제외하면 하락 폭이 가장 크다. IB 업황 자체가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KB증권(-27.5%), NH투자증권(-23.9%), 삼성증권(-8.5%)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특히 IB부문 부진은 김 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자신의 이력 중 IB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이 부문 경쟁력이 후퇴하는 분위기다.

자산건전성 부담도 타 증권사들과 비교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은 6613억원, 대손충당금 등은 4383억원으로 9개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은 7.2%로 9개 증권사 평균 3.1%보다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I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김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기업대출은 3조2986억원으로 전년대비 84.6% 훌쩍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회수가 불투명한 대출도 늘어나면서 자산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영업 확대 과정에서 위험액이 증가했다"며 "우발채무와 기업대출의 건전성 및 신용위험액 증가 추세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차원에서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김 대표 연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신한금융은 내년 1월부터 즉시 영업 현장이 돌아가도록 연말 정기 인사도 앞당기고 연간 평가를 올해 11월 실적 기준으로 하겠다는 공문을 전국 영업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취임 이후 임기 만료 예정인 카드와 보험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김상태 대표를 포함해 9개 계열사 CEO 임기가 올해 만료되는 가운데 진 회장이 임기 2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