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기 위해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정부가 이런 은행의 독과점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수산물 업자 이야기에 "선진국 은행은 고객에 서비스를 잘하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안내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하는데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라며 "그러면서 돈을 벌고 그러면서도 출세하는 게 문제"라고 영업직이 최고위직에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은행 독과점 행태를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은행 과점체재 해소를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은행은 높은 자본금이 필요하고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먼저 비이자이익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융노조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내 은행은 해외 은행 대비 크지 않은 순이자마진(NIM) 구조를 갖고 있다"며 "국내 은행 노동자 평균 임금은 타 국가 대비 높지 않고 은행 자산규모 대비 행원 수도 적다"고 윤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
은행연합회도 지난 8월 국내 은행 이익이 선진국 대비 크지 않다고 발표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ROE(자기자본순이익)는 ROA(총자본순이익률)는 각각 5.2%, 0.4%다.
미국 은행 10년 평균 ROE와 ROA는 10.2%, 1.5%이며 캐나다는 16.8%, 1.1%로 선진국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주가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주식인 만큼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지주는 그간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자 인수합병(M&A)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써왔다.
하지만 금산분리 규제 탓에 이익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부수업무 진출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알뜰폰 사업,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 등이 거의 전부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처럼 계좌 유지비를 받는다면 받아들일 소비자가 있겠느냐"며 "비이자이익 확대에는 정부 도움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결합을 제한하는 규제로 금융지주와 은행 비금융사 출자한도를 각각 5%, 15%로 규정하고 있다.
박찬옥 은행연 상무는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은행권의 비금융 진출,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해외진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이를 취소했으며 기업형벤처캐피탈(CVC)와 보험업종부터 금산분리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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