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나선다. 사진=ChatGPT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나선다. 사진=ChatGPT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 재검토에 나선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진출 불가 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빗장을 푸는 네거티브(포괄주의) 전환 방안도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다.

금산분리 규제는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 내용이 담기며 시작했다. 비금융사는 은행 주식을 4~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이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핀테크 기업이 금융업무에 진출하면서 규제 완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2년부터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만들고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향 및 금산분리 규제의 과제, 전망을 논의했다.

당시 금융위는 전 산업이 디지털 전환 중이라고 짚으며 "금융산업은 특히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 중인 분야로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금융규제들이 현재의 디지털 현실에 적합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온라인·오프라인 무관 글로벌 금융사 발전 지원 △금융사·빅테크 디지털 혁신 추진 여건 마련 △글로벌 금융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국내 금융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 등 3가지를 목표로 국내 금융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은행 측에서는 △UI·UX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 △중소기업 사업 지원 소프트개발 회사, 영상·문서 관련 디지털 인식기술 업체 인수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운영 △계열사 통합앱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하 계열사간 고객 정보 공유 등을 희망사항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음식배달중개플랫폼 '땡겨요' 운영을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하고 혁신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영위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이익보다는 데이터 확보, 소상공인 상생 등 부가적인 가치를 우선 순위로 둔 사업이다.

타 배달중개플랫폼 대비 업주 부담 수수료가 현저히 낮고 여러 지자체와 협업해 고객에게 보다 저렴한 이용 기회를 제공해 상생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은행 자본이 산업으로 흘러가 골목 상권을 죽일 수 있다는 걱정을 돌려세운 사례다.

앞서 샌드박스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은 올해 4월 알뜰폰 서비스가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비금융사업을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됐다.

KB리브모바일은 출시 반 년 만에 7만 고객을 모았다. 만족도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입 당시 "알뜰폰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씻어내는 걸 주요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KB리브모바일'과 '땡겨요'가 고객에게 좋은 평을 받은 만큼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산분리는 정말 해묵은 바람"이라며 "은행이 재벌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는데 최근 이슈인 내부통제 강화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함께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시너지를 위해서도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 다각화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라며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지만 수수료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 이후 직접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니서며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를 목표로 내세웠다.

은행주 PBR은 증권, 보험주보다도 낮다. 증권과 보험은 은행 대비 산업 자본 진출이 쉬운 영역이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대기업 보유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해 예전과 달리 기업이 더 이상 자금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현금 흐름을 왜곡할 동기가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며 "비금융·금융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금융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금융의 새 방향성이자 금융사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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