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통화정책 운용에서 물가를 가장 중요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마스 상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교한 정책 운용이 필요한 시기라는 평가다.
23일 이창용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참석해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안을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짐작 불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향후 금리 운용 방향에 대해 묻자 이 총재는 "지난해는 물가가 워낙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정책 방향이 확실했지만 지금은 물가, 환율, 성장 등 서로 상충하는 목표가 있어 정교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여태껏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갔는데 올해는 하마스 사태가 얼만 갈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 오름세를 보이고 2023년 3%대 중후반, 2024년 3%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대 인상을 이어갔고 올해 3%에 접어들어 9월 3.7%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 검토 아직…한미 격차 더 커질 수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부동산PF 부문 금융 안정 문제가 발생했다"며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가계대출 오름세를 잡을 수 있냐는 게 문제"라며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기준금리 결정 이후에도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이론적으로 금리를 아주 크게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에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금리 차가 벌어져 있다고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안전한 금리 차라는 건 없고 외화자금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 금리 차는 2.0%p다.
CBDC, 표준화 시스템 도입 먼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관련 우려도 나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이 위안화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빅브라더가 국민을 장악하게 되는 통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해킹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개인정보를 중앙은행이 가지지 않고 은행을 통해 하겠다"며 "현재 구조와 같은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등에서 표준화 시스템 도입 후 안정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지난해 11월 CBDC 모의 실험을 마치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제도적 이슈와 한국은행의 책무 및 역할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내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모의실험을 진행 예정이다.
수출회복 연기…경기침체 맞다
이 총재는 현재 경기침체 상황이 맞다고 인정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는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1%대 성장이 특별한 경우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침체에 돌입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총재는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고 답했다.
수출과 수입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는 점도 인정했다. 이 총재는 "수입도 많이 줄고 수출도 많이 줄었다"며 "연초에는 7~8월이면 반도체 경기와 수출이 회복할 줄 알았는데 9~10월이 돼서야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이라는 지적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최악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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