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1월 이후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총재가 "가계부채 관리 수단 대부분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 만큼 가계부채보다 경제 불확실성에 중심을 둔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금리 차이는 2.00%P로 역대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과 가계부채 잔액이 오르고 있다. 인상 이유는 많지만 하반기 국제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다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인상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통해 기준금리(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경제지표를 따져보면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1031조2000억원으로 최대 잔액을 기록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시중은행이 7월 이후 출시한 만큼 3분기 역시 가계대출은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1342.6원으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연일 13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국 투자자본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증권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금은 순유입 상태지만 자금 규모는 5월 114억3000만 달러, 6월 29억2000만 달러, 7월 10억4000만 달러로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물가와 국제 경제에 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4.35%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은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 채무 불이행 사태에 홍콩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 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목했다.
이어 "세계 경제는 높아진 금리의 영향, 중국의 회복세 약화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긴축기조 장기화 전망 등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고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원자재가격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 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중국경제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한국은행만 하는 건 아니고 대부분 수단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연내 인하 계획이 없고 금리가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작으니 부동산 투자는 조심해달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1.4%를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한 2.2%,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 3% 중반에서 내년 2% 초중반으로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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