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고삐를 죄고 있다. 기준 금리는 5연속 동결됐지만 특례보금자리론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두 상품이 가계대출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해결책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679조2208억원)보다 1조5912억원 늘어난 수치로 지난 5월부터 오름세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상승 원인으로 주담대를 꼽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11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주택가격 6억원, 가구소득 1억원 이상 일반형, 주택가격 6억원 이하, 가구소득 1억원 미만 우대형 모두 상품 금리가 0.25%p 오른다.
인상에 따라 일반형은 기존 4.15~4.45%에서 4.65%~4.95%로 5%에 달하며 우대형은 4.25~4.55%로 상승했다.
주금공은 자금 조달이 늘어났고 계획 대비 유효 신청 금액을 감안해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7월 말 기준 31조1285억원으로 예산의 78.5%를 채운 상태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도 혜택 축소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5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은행이 판매를 시작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8월에만 약 3조40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두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부담이 적어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순수 고정형 상품,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긴 만큼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줄고 DSR은 낮아져 대출 한도가 높아진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금융당국이 무주택 실수요자 및 변동형 주담대 차주를 위해 출시한 상품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월 부담을 덜고 싶어 하는 실수요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가계대출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며 판매 은행 대상 현장 조사를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DSR 산정 체계를 40년 만기로 바꾸고 만 34세 이하로 대출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 경남은행은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도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모두 편법, 불법적으로 나온 게 아닌데 갑자기 현장검사 등을 예고하니 답답한 면이 있다"며 "만기가 긴 주담대는 서민금융 부담을 덜고자 출시했고 대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압박 등 소비자의 실 부담을 줄일 정책을 요구한 만큼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되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수입 제한 등이 없어 고소득층 주택 구 기회가 됐고 50년 만기 주담대도 이자가 너무 높고 수요가 몰리고 있어 집값 하락 시 부실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 인상 직전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불안 심리가 작용해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 수요가 몰린 만큼 우선 집값이 안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학회 윤성민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축소와 같은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 문제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면 흔히 ‘핀셋’ 정책이라고 불리는 정책, 예를 들면 다중 채무자 관리, 갭투자를 하고 있는 투기꾼을 통해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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