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조정은 금리가 아닌 부동산 가격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미시적 정책이 먼저고 기준금리는 다음 순서라는 의견이다.
17일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로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절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며 "이는 금리를 아주 크게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바꿀지가 아니라 금리가 올라도 안 올라도 부동산 가격 자체가 계속 오르면 통화정책만으론 안된다"며 "미시적 정책이 먼저 필요하고 금리는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영끌족'에게도 경고를 전했다. 이 총재는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로 부동산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기준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적어질 거라 생각한다면 그 점은 경고해 드린다"며 "판단은 스스로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이라고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중립 금리를 보면 긴축적"이라며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가격 변수가 아닌 가계, 기업대출로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완만해지는 만큼 긴축 기조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물가 목표치 2% 도달 시기는 조금 늦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2024년 말 물가상승률이 2% 초반에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이란-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 정세 예단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 총재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저희가 8월에 예측했던 하향 속도보다는 늦어지지 않겠느냐라는 게 금통위원 의견"이라며 "새로운 전망은 11월에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 총재는 1년 전과 지금 모두 물가·환율·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는 이야기에 "가속화 측면에서 올해는 완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고 부동산 경착륙 위험이 줄었고 부동산PF,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긍정적으로 말하려 했는데 이란-팔레스타인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의 안정적인 시장 반응이 폭풍전야인지 어떤지 예단이 어렵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긴축 강도를 올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1명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상과 인하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올해 초부터 5번 정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며 "양치기 소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추가 인상 결정에는 조건이 있었고 실제 물가가 예상해 수렴해 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에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한미간 금리차 자체가 움직임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금리가 벌어지면 큰일 나는 것처럼 말하는데 과거 경험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예상이 중요하다"며 금리차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