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물가와 금리가 모두 높고, 물가 상향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취약계층과 대출 차주 대상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 동결했다. 동결 이유는 물가와 불확실성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대외여건 불확실성도 높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나온 지난달과 달리 이번 금통위에서는 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나머지 두 위원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 비용 상승 파급효과 지속성,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경로가 상향조정 되면서 긴축도 길어질 전망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문'에서 긴축기조 지속 기간을 '상당 기간'에서 '충분히 장기'로 변경했다. 이 총재는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 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현재 성장률과 물가 전망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건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쯤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은 2% 정도로 보고 있는데 성장률이 그 수준으로 가면서 GDP 갭도 축소되고 있다"며 "국제적인 기준에서 2%대 성장률은 나쁜 성장률은 아닌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일축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한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8월 예상치보다 0.2%p 상승했다. 이 총재는 "내년 물가가 높고 금리도 높아 경기 전체보다는 금융 취약계층,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분들은 재정정책으로 타겟팅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섣불리 부양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도 있다"며 "성장은 중장기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지 통화·재정정책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가계신용 증가 우려에는 금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입장을 견지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는 건 문제가 아니고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달라"며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줄여 나가야지 급격히 절대액을 줄이려고 하면 성장둔화, 금융 불안 등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도 이 총재는 시장과 다른 답을 내놨다. 이 총재는 "미국,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건 잘 안다"면서도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건 아닌 듯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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