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이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이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내걸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반복해 강조한 큰 그림에 구체성을 더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조 행장은 취임식에서 "기업금융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기업금융은 가계대출 대비 경쟁자가 적고 자금 유지가 용이한 분야로 꼽힌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 시행 당시 기업금융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다만 조 행장이 강조한 '부활'이란 뜻에는 우리은행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녹아 있다.

우리은행은 과거 명성과 달리 기업 대출 규모 13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KB국민(158조원), 신한(147조원), 하나(142조원)와 비교하면 최소 12조원 수준의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조 행장은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현재 기업 대출 성격은 대기업 자금 20조원과 중소기업 대출 111조원으로 조 행장은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금융 강화는 우리은행의 '뿌리'를 되살리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시초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인데 두 은행 모두 대표적인 기업금융 강자로 불렸다. 외환위기 이후 이 둘의 합병 과정에서 우리은행 전신인 한빛은행이 출범한 역사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구상에 조 행장이 힘을 실으면서 '함께 뛰겠다'라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에 보낸 편지에서는 '기업금융 명가로 다시 자리매김해 모두의 마음속 첫 번째 금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실제로 우리은행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조 행장 추천 당시 "(조 행장이)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모두 기업금융 강자였다"며 "우리금융지주가 전략을 세우고 각 자회사는 영업에 집중한다는 기조인 만큼 (조 행장은) 은행 수장으로서 영업에 방점을 찍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 행장은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금융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대기업심사부장, 전략기획본부장, 기업금융 집행부행장 등을 지냈다. 특히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당시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와 2위(2013·2014년)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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