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채제 해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의 완전 경쟁을 유도해 금융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일부 금융전문가는 해당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질서릴 되려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일 '경쟁제한적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제언'을 통해 경쟁제한적 금융규제의 완화 정책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경쟁제한적 금융규제 완화의 기본 취지는 경쟁을 촉진하여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 있다"며 "이와 같은 효율성은 금융시장이 완전시장(perfect market)이라는 전제 하에 같은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 간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될 때 자동적으로 달성된다"고 짚었다.
시장이 완전하다는 건 재산권이 보장되고 독과점, 정보비대칭, 외부불경제 등 시장실패 요인이 없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모든 경제주체가 이와 같은 완전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하는데 이런 시장에서는 진입·퇴출장벽이 없고 모든 경제주체가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하는 가격수용자로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금융시장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경제주체 간 자유경쟁은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거둔 이자이익을 성과급, 배당금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과점체제 해소를 주문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TF를 구성하고 보험, 증권, 여신금융사 대상 은행업무 일부 진출 등 다양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소형 은행, 특화은행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은행 완전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대형 금융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책정 및 유지할 경우 소형 금융사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안정성, 효율성과 공정성은 상충 여지가 있어 경쟁제한적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에만 치중하면 때로는 안정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역시 비은행권의 은행 업무 대행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난 29일 금융당국은 한국은행 및 금융권 전문가를 모아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논의했다.
해당 회의에서 한국은행 측은 "은행권에 대한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은 최소한 결제리스크 관리 제도의 근본적 개편을 전제로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국 SVB 사태, 부동산PF 부채 증가 등으로 비은행 업종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신용평가원은 지난 3일 '금융업권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웨비나를 열고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PF 위기가 안정화됐으나 캐피탈 사의 경우 A급 기업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의 경우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업계 점유율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기업이 소액 무이자 할부 정책을 철회를 결정했다. 업계는 이러한 결정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있다.
김 연구원은 "업무범위에 관한 경쟁제한적 금융규제 완화로 인해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업권별 고유업무의 위탁을 금지하거나, 부수업무 · 겸영업무 운영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