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시장에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은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우대금리 포함 연 3.37%~3.80%다.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최대 5%, 저축은행에서는 7%대의 예금을 출시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가장 먼저 케이뱅크가 올해 2월 파킹통장 상품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해 12월 3.0%였던 플러스박스 금리는 두 달 만에 2.7%로 내려갔다.
토스뱅크는 지난 13일부터 수시입출금 통장과 모임통장의 금리를 인하했다. 금리 인하율은 각각 0.2%로 수시입출금 통장은 5000만원까지 2.2%에서 2%로, 5000만원 초과분은 3.6%에서 3.4%로 하향했다. 모임통장 역시 2.2%에서 2%로 조정됐다.
다만 토스뱅크 측은 이러한 금리 인하에 대해 예금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금리 체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24일 선이자 서비스를 탑재한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한 바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3.5%의 정기예금을 출시하며 이 보다 높은 요구불 예금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말했다. 수시입출금통장을 정기 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조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2곳만이 연 4.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3.90%~4.0%의 금리를 제공했고 가장 낮은 곳은 조은저축은행 여수지점으로 금리가 2.5%에 그쳤다.
이 외에 한국투자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 저축은행 금리는 3.3%로 시중은행 대비 큰 경쟁력이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예금금리 인하가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금융환경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은행 측에서 현금 확보를 할 필요성이 컸다. 먼저 지난해 3분기에는 은행권 자금 만기가 도래했다. 아울러 레고랜드발 채무 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이 출렁인 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채권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고 금융당국이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정상화를 오는 6월까지 유예하면서 조달금리 경쟁 필요성이 적어졌다.
실제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10월 "내년 1분기부터 조달금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자산 평가손 추가 납부, 7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상 감소 등에 의해 9월까지 은행권에서 조달금리 경쟁이 있었지만 LCR 정상화 유예가 진행됐고 금융당국이 시장상황에 따른 재검토를 언급했고 예대율 완화 검토 등으로 10월 말부터 여유가 생기리라는 이유다.
아울러 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측이 LCR 규제 유예기간 정상화 점진적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달 27일 LCR 규제 연장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가 올라도 예금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는 추세였다"며 "그동안의 예금금리가 과하게 높았던 만큼 정상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