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진행 중인 LPG 가격 담합 재판에서 피해액 산정과 관련한 공방이 오갔다. 피고는 원고에 정확한 피해 사실 입증을 요구하며, 입증자 책임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지난 13일 SK가스, SK에너지, E1 등 액화석유가스(LPG) 업체 6곳의 가격 담합으로 피해 본 전국개인택시조합 소속 개인택시 운전기사 3만1380명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변론을 진행했다.

13년째 진행 중인 이 재판은 지난 2월 재판부가 바뀌고 처음 진행됐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에 다음 기일까지 종합준비서면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판부가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에 손해율 감정 결과가 나왔으나 원고와 피고 측이 모두 보완 감정을 신청해, 그 결과와 함께 우산효과에 대한 감정도 기다리고 있다. 우산효과란 가격 담합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으나 그 효과로 가격이 상승해 이득을 봤다면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손해율 산정 문제는 이 사건 이 13년간 지연된 주된 이유다. 

이날 재판에선 손해율 산정 방식 등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확인하고 원고와 피고가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들의 LPG 구입 관련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로 지방자체단체에서 6년간 받은 유가보조금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나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는 법인사업자, 개인사업자, 법인사업자의 고용노동자로 나눠지는데, 특히 고용노동자의 경우 LPG 가격 부담을 법인사업자와 나눠 부담해 이 부분에 대해 난항이 았다"며 "그 부분에 대해 최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피고 측에서는 구매가격과 구매량 입증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과 변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 측이 여러 가지 입증의 어려움으로 안타까운 사정"이라면서도 "원고 측이 정확한 LPG 구매량과 구매가격을 모른 체 오피넷 가격과 유가보조금만을 가지고 구매량과 구매가격을 대체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어떻게 손해액이 나오는지 정리해줘야 이를 검토하고 타당한지 아닌지 의견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 제출한 것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공동 피고인들이 각자 경제분석 전문가들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감정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면서도 미세한 변수 교체에도 손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그러다 보니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손해 발생 여부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과, 그렇지 않더라도 작은 변수에도 결과가 크게 바뀌어 이 부분에 대한 보완 감정이 계속돼 재판이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고별로 손해율이 확정되더라도 기간별로 공동불법 행위자가 달라, 해당 기간에 대해, 어느 피고에 대해서, 어느 피고의 상품을, 얼마나 구입했는 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원고 측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구체화된 바가 없어 어느 정도 입증 책임 원칙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피고 측에서는 새롭게 나오는 감정 결과와 보완 감정 결과에 대해 충분히 반박할 시간을 재판부에 미리 요청했다. 4월로 예정된 보완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독촉할 것도 제안했다.

다음 기일은 보완 감정 결과와 조회 기간을 감안해 3개월 뒤인 7월 20일로 확정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제기한 관련사건 4건도 같은 날 진행된다.

한편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PG 수입사 2곳(SK가스, E1)과 정유사 4곳(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총 6개 LPG 공급회사가 2003~2008년까지 6년간 LPG 판매 가격 등을 담합 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이들이 올린 부당매출은 21조에 달한다. 소비자 피해 집단소송가액은 역대 최대치인 161억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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