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법원 판결이 SK가스 등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법조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제30부는 지난 5월 11일 대림비앤코, 산청토기와, 고령기와 세림산업, 태영세라믹 등 도자기·벽돌 업체들 11곳이 E1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총 2억747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3년 소송이 시작된지 10년 만이다. E1은 이달 초 항소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12월 LPG 수입사 2곳(E1, SK가스)과 정유사 4곳(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총 6개 LPG 공급 업체들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LPG 가격을 담합 했다는 이유로 역대 최대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가격 담합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후 LPG 업체들로부터 프로판을 구매한 도자기·벽돌 업체 등 11곳은 LPG가격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3년 7월 E1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빠른 손해액 산정을 위해 E1에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LPG 가격담합 관련 소송은 파악된 것만 4건이다. 특히 전국개인택시조합 소송 개인택시 운전기사 3만138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심만 13년째 진행 중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제기한 나머지 소송은 이 사건의 판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13년간 소송이 지연된 주된 이유는 '손해액 산정' 문제 때문이다. 감정인 지정만 1년 3개월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감정인에 따라 손해액이 다르게 산정된다는 이유로 피고 측과 원고 측이 재감정을 요청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다산 서상범 변호사는 "도자기·벽돌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과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면서도 "원고가 회사가 아닌 택시기사 개인들이다 보니 구매량과 구매사실을 입증하는 부분이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다만 "원고인 택시기사들이 LPG 가격 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감정이 나왔고 6개 회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사에서 구매한 개인별 사용량만 정리되면 송고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이 LPG 업체 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다음 변론기일은 7월 20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