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지난해선보인 인공지능(AI) 탑재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릴 에이블'. 사진=KT&G
KT&G가 지난해 선보인 인공지능(AI) 탑재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릴 에이블'. 사진=KT&G 

가격, 냄새 등의 장점으로 전자담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본체기기에 스틱을 꽂아 사용하는 전자담배 가격은 기기만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 가량을 웃돈다. 분명 큰맘 먹고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다. 

최고 20만원에 달하는 전자담배지만 오래 사용할 수는 없다. 보증기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직접 돈을 내고 수리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T&G의 '릴 에이블'은 제품 결함 시 구매일로부터 12개월, 구매일이 확인 불가능한 경우엔 15개월 동안 무상 A/S 서비스와 무상교체를 제공한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일루마'도 제품 하자 시 보증기간 등록 6개월까지 총 12개월 동안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증기간이 넘어가면 유상 수리를 하고 싶어도 회사 정책상 안 된다. 

릴 에이블 서비스 센터는 '정책상, 안전의 문제로 부분 수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떨어뜨려 기기가 파손되거나 작동이 안 될 시 소비자는 어디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기기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어떤 부분이 하자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정책상' 어떤 수리도 불가하다는 건 소비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성의가 없다는 말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제품이 고장 나면 '무조건 새 제품을 사라'는 말로 이해하기 충분하다.

이는 KT&G가 탄소중립을 목표한다는 점에서도 아쉬운 정책이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KT&G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정부에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할당받아 이행하고 있으며 중장기 환경경영 비전인 '2030 그린 임팩트'도 수립했지만, 기업 이익을 줄이는 '제품 오래 사용하기'를 통한 탄소중립 감축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한다면 수리까지도 책임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탄소 감축을 위해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하고 있다. EU는 2020년 전자제품이 고장 났을 때 손쉽게 수리받을 수 있게 하는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으며, 미국도 2021년 행정명령을 통해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의 수리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사설업체를 통한 수리를 가능하게 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법제화까진 안 됐지만 정의당이 지난 2021년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에 대한 수리할 권리를 부여하는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에 대한 연구도 발표하는 등 논의를 시작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한국의 경우 제품 수리는 권리가 아닌 대기업의 서비스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비자와 환경을 등한시하고 기업 배만 불리는 A/S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 기업의 목표가 '최대 이윤'인 시기는 지났고 '상생'이 기업의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구매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수리권'은 소비자의 권리로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전자담배 업체들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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