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기업들을 상대로 개인택시 운전기사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1심만 13년째 진행 중이다. LPG담합사건은 공정위가 지난 2011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꼽은 30대 사건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13일 SK가스, SK에너지, E1 등 액화석유가스(LPG) 업체 6곳의 가격 담합으로 피해 본 전국개인택시조합 소속 개인택시 운전기사 3만1380명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 사건은 2010년 12월에 제기돼 1심 재판만 13년째다. 국내 최장 기록이다. 소비자 피해 집단소송가액으로도 역대 최대로 알려진다. 이 사건의 소송가액은 161억여원이다.
앞서 지난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PG 수입사 2곳(SK가스, E1)과 정유사 4곳(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총 6개 LPG 공급회사가 2003~2008년까지 6년간 LPG 판매 가격 등을 담합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이들이 올린 부당매출은 21조에 달한다.
재판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손해액 산정'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서다. 애초에 양측은 손해액 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본격적인 공방도 벌이지 못했다. 택시기사 측 소송대리인은 2014년 8월 감정신청서를 냈으나, 감정인 지정만 1년 3개월이나 지난 2015년 11월에 이뤄졌다. 이마저도 감정인이 중도 사퇴하면서 지연됐다.
2016년 5월 재판부는 새로 감정인을 선정하고 재판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했으나, 감정방법, 감정사항 등에 대해 택시기사 측과 정유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5년이 지난 2021년이 돼서야 감정사로부터 보상액이 도출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유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SK가스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1심 소송이 계속될 예정으로 합리적인 판결이 내려지도록 변호인단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손해액에 대한 감정 절차를 진행하는 중으로 현재는 결과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택시기사 측 소송대리인은 "정유사들이 손해액 산정 방법이나 이에 활용했던 자료, 요인이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심지어 피해액이 0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2년마다 바뀌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원고 측 관계자는 "지난 재판부 임기가 만료돼 올해 2월 새로운 재판부가 이 사건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 재판부가 사건을 숙지하는 시간만큼 재판도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한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통상 2년이다. 지난해 재판 예규를 개정해 법원장 재량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으나 해당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한편 SK가스와 E1은 이 소송의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판결문 열람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