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시각장애인 963명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 롯데쇼핑·SSG닷컴·G마켓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시각장애인들은 "웹사이트 음성 통역 등 서비스가 없어 정보 이용에 차별받는다"며 쇼핑몰 3사에 손해배상액 지급과 함께 제도보완을 요구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변환기기를 통해 글자로 적힌 정보를 소리로 변환해 이용한다.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비장애인들에게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변환기기는 이를 글자로 인식하지 않고 이미지로 인식해 소리를 제공할 수 없다. 소리가 소통창구인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생존과도 연결되는 점이다.
소송 제기 후 5년 만에 1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롯데쇼핑 등이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에게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다"라면서 "6개월 이내 서비스 개선을 하고 소송을 제기한 시각장애인 원고 963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쇼핑몰 업체들이 형식상 시각장애인들을 불리하게 대한 게 아닐지라도 전자정보 접근에 있어 실질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핑업체 3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항소를 택했다. 이달 초 열린 2심 재판부는 10만원의 배상금 지급은 취소했지만, 여전히 업체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고 시각장애인 접근권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판단했다.
쇼핑업체들은 "판매 상품 관련 정보 표시는 개별 판매자 소관"이라며 대체텍스트 제공을 강제할 수 없단 입장이다. 과연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대체 텍스트 제공이 단순히 기업의 선택과 자유에 속하는 일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롯데쇼핑은 최근 2년간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평가에서 'A'를 받았다. 이 중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그리는 '사회' 영역에선 최고점인 'A+'를 받았다. 롯데쇼핑은 자사 홈페이지에 "다양한 구성원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장애인 및 여성 인재 고용 등 사회적 다양성을 추구하고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 공정하고 평등한 사내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홍보한다.
롯데쇼핑은 2020년 12월 기준 장애인 고용률 3.29%도 기록했다. 장애인 근로자 수는 총 807명이다. SSG닷컴도 3.33%를 보였다. 민간사업체가 전체 직원 중 달성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률 3.1%를 초과해 부담금도 내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2020년 동등한 기회와 차별금지를 꾀한다며 ‘장애인 고용’은 100% 초과 달성했으면서도, 고객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대체 텍스트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마존 등 외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제품 정보를 글자로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롯데쇼핑. 이들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실현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