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니코써치
사진=유니코써치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활약하는 기업도 100곳 중 80곳 이상으로 많아졌다. 

사내이사를 포함한 여성 임원 비중도 지난해 처음 10%를 넘었다.  

13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장사 매출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447명) 가운데 여성(94명)의 비율이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 2021년 67명(15%)으로 증가해오다 지난해에 20%대로 진입했다.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20년에는 100곳 중 30곳이던 것이 2021년에는 60곳으로 많아졌으며 지난해엔 82곳으로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 수가 껑충 뛰었다. 

이같은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 증가 배경엔  자본시장법 개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니코써치는 분석했다. 지난해 8월부터 자산 2조 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性別)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 규정이 시행됐다.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이미 관련 법이 시행 중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마땅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하는 대기업도 있다”면서도 “올해 3월 주총을 전후로 여성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기업과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사외이사(6명) 모두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 그룹군에는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한국전력 방수란(1987년)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94명 중 8명이 1968년생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기 이윤정 ▲삼성전기 여윤경 ▲LX하우시스 서수경 ▲DL이앤씨 신수진 사외이사 등이 모두 1968년생 동갑내기 여성 사외이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신으로 보자면 학계 출신이 44.7%로 최다였고 그 다음으로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24.5%로 높았다. CEO 및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3.4% 순으로 많았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가스공사로 타나났다. 사외이사는 총 8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중 3명은 올해 2~3월까지가 공식 임기만료로 재임 여부가 관심사다. 

이외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기아, S-Oil, LG화학,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에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총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이어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66.7%)이 가장 높았다. LG화학과 삼성전기는 각 4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기아·S-Oil·롯데쇼핑은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이어서 40%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도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0대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첫 10%대 진입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72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5명이며, 사내이사까지 합치면 모두 99명이었다. CEO급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 ▲네이버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대상 임상민 전무 ▲CJ제일제당 김소영 사업본부장이 포함됐다. 

100대 기업에서 조차 여성 사내이사는 적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최근 1년 새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로 많이 진출하면서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 중 여성 임원 비율은 13.7%로 사상 처음 10%대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5.2%, 9.2%에 불과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최근 자본시장법이 시행으로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정도만 영입해 겨우 법을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복수로 늘리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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