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보험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힘겨운 한해가 계속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으로 인해 재무건전성 악화된 보험사들은 자본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저축보험을 앞다퉈 출시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만년 적자상품인 자동차보험은 코로나19 여파로 손해율이 내려가 추가 인하가 결정됐다. 1사1라이선스가 완화되며 장기화 되고 있는 불황 속 생보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자동차보험 2%대 추가 인하, 실손보험은 평균 8.9% 인상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손보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대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이용량이 줄어들자 만년 적자상품이었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내려갔다. 필수 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를 보험사들에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4월 손해율 개선 효과를 반영해 이미 1.2~1.3% 인하를 진행한 바 있는 보험업계는 폭설, 결빙 등 4분기 계절적 요인이 남아있고 최근 10여년 간 이어진 누적 적자로 추가 인하는 어렵단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당정의 계속되는 인하 압박 속에 대형 손보사들은 2%대의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고물가에 따른 민생의 경제적 부담 완화 요구에 공감한다는 취지다.
반면 실손보험은 내년 평균 8.9% 인상된다. 당초 손보업계는 실손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최소 10%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차보험 추가 인하가 결정된 만큼 실손보험만큼은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모습이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 속에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료의 인상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조율에 나섰고 결과는 평균 8.9% 수준으로 산출됐다.
세대별로 1세대가 평균 6%, 2세대 평균 9%, 3세대가 평균 14% 인상됐다. 인상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4세대는 동결됐다.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새 먹거리 찾은 생보사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포함한 보험 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1사1라이선스는 동일 계열 및 금융그룹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각각 1개의 라이선스만 보유하도록 한 제도다.
계속되는 불황속 신시장 확보가 절박해 그간 1사1라이선스 정책 완화를 계속 요구해 오던 생보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운전자보험, 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기존 손보사가 주로 다루던 상품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취급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인터넷 전문보험사 설립 없이도 일부 손해보험사의 상품 판매가 가능해져 삼성생명 운전자보험, 삼성생명 펫보험이 출시도 현실화 됐다.
밥그릇을 뺏기게 생긴 손보사들은 ‘생보업계 지원책’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보험업계 위기를 감안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손보사와 생보사가 함께 협의해 방향성을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 확충 나선 보험사들…고금리 저축보험 경쟁 과열
지난 8월 푸본현대생명이 4%로 포문은 연 ‘고금리 저축보험’ 경쟁이 4개월가량 이어지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에 급속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보험사들이 자본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경쟁에 나선 것이다.
푸본현대생명이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하자 생보사들은 앞다퉈 연 4%대의 상품을 시장에 내놨고 완판을 이어갔다. 이차역마진 우려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5%대의 벽을 지난 10월 IBK연금보험이 무너뜨리자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5% 후반대 상품들은 연달아 출시하며 금리경쟁은 최고조에 접어들었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금리 하락 시 역마진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보험상품 수익성 분석 시 적용이율 수준의 적정성 및 재무건전성 영향 등을 충실히 검토하라며 자제령을 내렸다.
저축보험은 자본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여파로 채권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내년 도입되는 IFRS17을 대비해 저축보험을 택한 것이다.
고객 확보도 금리경쟁 이유 중 하나다. 10년 전 보험차익 비과세 세제변경 직전에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전 상품 이율까진 아니더라도 대체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만기고객을 다시 유입시킬 수 있다. 또 확보한 자본 유동성으로 만기고객에게 안정적인 보험료 지급도 가능하다.
이차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판매량 조절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출시 초기 정확한 목표액을 공지하진 않지만 필요한 자본이 조달되면 판매를 종료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문제가 됐던 상품과 비교하면 만기시점이 짧아져 역마진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 도래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적 출시는 당연한 일”이라며 “과도한 경쟁으로 금리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 확보 차원에서 경쟁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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