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본사 전경.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본사 전경. 사진=흥국생명

국내 자산운용사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를 막아내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경영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이 진행하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1월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연기하며 채권 금리 급등에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당시 4대 시중은행을 상대로 4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를 발행하고 콜옵션 시행에 나섰다. 이후 흥국생명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태광산업이 유력한 지원군으로 거론됐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내용증명을 통해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므로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상법 제542조의9에서 금지하는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유상증자를 찬성한 이사는 상법 제624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상법 제634조의3에 따라 태광산업 또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법적 공방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지분 미보유 기업에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제3자가 인수하지 않을 정도로 고가로 주식을 인수 시 계열회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

태광산업이 실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밝혔다.

트러스톤은 “2020년 투자 결정 이후 태광산업의 주주로서 경영진과 수차례에 걸친 비공개 면담과 주주서한을 통해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왔지만 우리 요청은 묵살돼 왔다”며 “흥국생명 자금지원 논의 과정에서 태광산업의 퇴행적 지배구조와 위험요소를 확인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펴고자 보유목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의 경영 개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BYC의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밝힌 트러스톤은 법원으로부터 이사회 의사록 열람 허가를 받은 뒤 내부거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 해지를 이끌어냈다. 지분 비중은 이 총괄프로듀서가 높았으나 SM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얼라인의 손을 들어준 덕이다.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 역시 지난 12일 KT&G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FCP 측은 지난 10월  ▲궐련형 전자담배 ‘릴’에 대한 글로벌 전략 수립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 ▲비핵심사업정리 ▲잉여현금 주주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서한을 발송했다.

FCP 이상현 대표는 “KT&G 주가는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서 “배당금은 그대로인데 주가가 낮아지면서 배당 수익률만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KT&G 측은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KT&G는 주주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4일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주환원에 나선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대부분 ESG경영 측면에서 주주에게도,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펀드 역시 경영관여 등의 행동을 통해 이해관계자 및 투자자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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