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 상환)을 이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채권시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보험사 자본성 증권에 대한 신뢰 훼손 여파가 오래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보험사 자본성 증권 규모가 4조원으로 국내 보험사들은 콜옵션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내년까지 콜옵션을 앞둔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 규모는 3조4470억원이다. 원화 자본성증권과 외화 자본성증권은 각각 17건, 3건이다. 

2022년 11월~2023년 12월 Call 시점 도래 보험사 자본성증권. 표=뉴스저널리즘
2022년 11월~2023년 12월 Call 시점 도래 보험사 자본성증권. 표=뉴스저널리즘

이 중 내년 상반기 기준 콜옵션 도래 자본성 증권 규모는 1조8260억원이다. 보험사별로는 DB생명이 후순위채 800억원, 푸본현대생명 신종자본증권 600억원,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1000억원,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 DGB생명 후순위채 500억원, KDB생명 신종자본증권 2억달러, 롯데손보 후순위채 600억원, 신한라이프 후순위채 2000억원 등이다.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일(지난 9일)을 이틀 앞두고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앞서 조기상환 미이행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업계가 이번 사태로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에 대한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콜옵션 행사가 도래한 국내 보험사들이 콜옵션 이행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 예정된 콜옵션 행사를 이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한화생명이 지난 7일부터 5.7%의 확정금리 저축보험상품 판매를 두고 상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도 예정대로 콜옵션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주주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체적 시기,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B생명은 투자자와 사전협의를 끝낸 뒤 콜옵션 행사일을 변경한 만큼 바뀐 내년 5월에 중도상환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라이프는 내년 1월 콜옵션이 예정돼 있어 조기상환 준비를 진행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 사태로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 소홀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만큼 콜옵션 시행 분위기가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흥국생명의 입장 번복을 두고 금융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시장 전체에 줄 충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흥국생명은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콜옵션 미행사를 발표한지 엿새만인 지난 8일 예정대로 콜옵션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금융당국의 대응 논란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미국 금리인상, 국제 정세 등으로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