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주주제안이 해외에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의 환경(E) 관련 의결권을 일관성이 없이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관성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3일 2018년부터 2022년 5월말까지의 국민연금 해외주식의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고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파리기후협약, 넷제로, 산림파괴 등과 관련한 주주제안에 대하여 일관되지 않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대상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개 수준이 주주제안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지 그리고 환경관련 주주제안이 투자대상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가 일관되지 않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보고서 : 기후에 투표하라'를 발간했다.
국민연금이 고민정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해외주식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은 총 6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총 14건으로 급증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해외주식의 환경 관련 투자자 주주제안도 증가할 전망이다.
총 20건의 해외주식 환경 관련 주주제안을 분석 결과, 국민연금은 11건에 대하여 찬성(55%), 9건은 반대(45%)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찬반 행사에 대한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2022년 동일 산업군인 ‘엑손 모빌(Exxon Mobil)’과 ‘쉐브론(Chevron)’을 대상으로 상정된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상반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주주제안에 대해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인 CalPERS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NBIM은 ‘찬성’을 행사했다.
유사한 주주제안에 대해 ‘엑손 모빌’ 건은 반대를 행사한 반면 ‘쉐브론’ 건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엑손 모빌 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근거로 관련 정보를 엑손 모빌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주주제안의 목적을 고려해 본다면 ‘엑손 모빌’이 공개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정보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엑손 모빌이 이미 공개하고 있는 환경 관련 정보가 주주제안 요구를 만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이를 위한 명확한 판단 근거와 기준이 불분명해 보인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2020년 다국적 기업인 ‘프록터&갬블(P&G)’에 ‘삼림 벌채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한 주주제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찬성’을 행사했으나 2022년 ‘홈디포(The Home Depot)’에 ‘공급망 내 삼림파괴 및 일차림 파괴 근절을 위한 노력에 대한 평가 및 결과 보고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에는 ‘반대’를 행사했다.
엑손 모빌 사례와 마찬가지로 홈디포가 주주제안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홈디포’의 ESG 보고서에는 삼림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이 언급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결과 및 평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일관성이 없는 의결권 행사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 부족과, 이에 따른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 주요 연기금 중 APG는 국민연금이 반대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 총 9건 중 APG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3건을 제외한 6건에 대해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