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이 쌍용차의 새 인수 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KG스틸이 쌍용차라는 캡티브 마켓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KG스틸은 차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경험도, 역량도, 설비도, 기술도 없어 쌍용차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시너지를 내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G그룹 쌍용차 인수후보 결정...이변 없는 한 쌍용차 새 주인


16일 업계에 따르면 KG그룹과 파빌리온PE는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쌍용차의 새 인수 후보로 결정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지 47일만의 일이다. KG그룹은 쌍방울그룹보다 더 높은 금액인 9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써내면서 쌍용차 최종 인수후보를 따냈다. 이변이 없는 한 KG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KG그룹은 인수대금 2743억원을 예치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에디슨모터스와 달리 쌍용차를 인수하기에 자금면에서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쌍용차는 인수자금으로만 5000억원대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수자금 5000억원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산업은행 채권 등 우선 변제의무 금액 3000억원과 신차 개발 비용 등을 고려하면 1조가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KG그룹은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이 3600억원에 달하고, 올 하반기 KG ETS 매각대금 5000억원도 확보할 수 있다. 주력 계열사인 KG스틸이 지난해 '철강 슈퍼사이클'로 역대급 실적(영업이익 2969억원)을 기록하면서 약 7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도 보유했다. 또 함께 인수에 참여하는 파빌리온PE의 지원도 있다. 에디슨모터스처럼 인수대금을 못 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KG그룹은 공개입찰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보다 더 나은 인수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쌍용차를 인수한다. 7월 최종 인수계약자와의 본계약, 8월말 채권단 동의등의 절차가 끝나면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쌍방울 컨소시엄과 이엘비앤티 등 인수전에 뛰어든 다른 후보들보다 자금력 뿐만 아니라 회사 규모나 입지도 훨씬 앞서있다. KG그룹은 최근 수년간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화학을 넘어 IT, 미디어, 교육, 서비스 등으로도 진출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규모 5조3464억원, 매출 4조9833억원을 기록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 집단으로 재지정됐다.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현재 올라온 후보들 중에 가장 나은 선택지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KG스틸-쌍용차 시너지 효과 기대하지만 현실은 차강판 생산할 능력 없어


쌍용차 인수 후보로 KG그룹이 선정되면서 KG스틸과 쌍용차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G스틸이 차강판을 생산하고 쌍용차에 공급하는 시나리오다. KG스틸은 쌍용차라는 거대한 차강판 캡티브 마켓을 얻을 수 있고, 쌍용차도 KG스틸이라는 차강판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과 현대차, 기아와의 수직공급구조 완성을 기대하기도 한다. 현대제철은 봉형강, 후판 등 다른 제품들도 생산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철강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목적은 차강판 자체조달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 열연강판을 만들고 이를 소재로 차강판을 만들어 현대차, 기아에 공급하는 수직 일관공급체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은 차강판 전문제철소로 성장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차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세계 3~4위권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컸다. 

그러나 KG그룹의 경우 쌍용차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이러한 기대감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KG스틸의 전신은 동부제철이다. 동부제철은 지난 2011년 이수일 전 부회장이 "차강판 공급비중을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려라"라는 주문을 내리고 냉연도금재에서 차강판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도 세웠다. 차강판 비중 확대를 위한 인사조치를 하는 한편, 전기로 제철소를 통해 만든 자가 열연 소재로 차강판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전체 냉연도금재 생산량 250만톤의 10%인 25만톤을 차강판으로 판매하는 게 최대였다. 현대차와 기아가 당시 현대하이스코 차강판 구매량을 늘리면서 물량이 갈수록 축소됐다. 이후 동부제철이 몰락하면서 자가 열연으로 차강판을 만들겠다던 계획은 전면 취소됐다. 현재 KG스틸의 차강판 생산량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KG스틸은 현대제철과 달리 고로가 없다. 현대제철은 쇳물, 열연강판, 차강판을 모두 생산할 수 있지만 KG스틸은 냉연도금재만 생산가능한 냉연단압밀이다. 

차강판을 생산하려면 차강판용 열연소재를 외부에서 사와야 한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기아에 주력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KG스틸에 줄 차강판용 열연 물량이 거의 없다. 결국 포스코에서 차강판용 열연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 

포스코는 현재 쌍용차의 차강판 최대 공급처다. 쌍용차가 신차를 출시하면 포스코센터에 전시할 정도로 두 회사의 관계는 깊다.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고, KG스틸이 쌍용차에 차강판을 자가 공급하겠다고 나선다면 포스코 입장에서는 차강판 물량을 뺏기는 꼴이다. KG스틸이 차강판용 열연을 공급받기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KG스틸은 차강판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지식도 없고, 압연설비 자체도 차강판을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차강판은 매우 까다로운 품질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KG스틸은 10년 전 당시 차강판을 만들었던 주력 인물들이 대부분 퇴사해 차강판을 만들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상태다. 

KG스틸의 압연설비는 노후해 차강판용 열연을 받더라도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KG스틸은 대부분의 투자를 컬러강판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KG스틸이 차강판을 만들어 쌍용차에 공급하더라도 쌍용차 구매 고객으로부터 환영받을 지도 미지수다. 포스코가 아닌 경험이 없는 KG스틸이 만든 차강판을 채용한 것 만으로도 쌍용차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KG스틸과 쌍용차와의 시너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G스틸은 현실적으로 차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차강판과 관련해 쌍용차와의 시너지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고, 포스코와의 협상이 중요하며, 향후 설비투자와 꾸준한 전문인력 충원이 되어야만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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